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헌 Jan 15. 2022

지옥의 끝없는 고통도 영원하다면 무덤덤하지 않을지..

2020년 11월 27일

무심히 삼키던 봄의 오렌지도 달콤하기 그지없었는데 의미를 알고 직접 골라준 과실의 당도에 입 속이 녹았다. 알까, 아니. 그 정도의 단 맛은 설명해줘도 모른다. 직접 베어 물어야지.

누구 말처럼 나한테 낙이 있다니, 아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놀라울지도 모르겠다. 낙, 맞다. 이런 걸 낙이라고 부르는 게 옳은 일일지도 모른다.

자취 3년 만에 처음으로 칼을 샀다. 이유는 놀랍다. 희귀한 재질의 감사함을 전제로 산 과도는 다이소 가격으로 책정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진 물건처럼 느껴진다.

이토록 욕심나지 않는, 이토록 무욕적인 시기가 있을 수가! 의욕을 흡인해버린 그 이와는 다른 끌어당김. 양가. 또 양가. 끌어당겨지지만 밀려난다. 밀려나지만, 끌어당겨진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온전한 활력의 근원. 같다.

소거법에 의해서 잔 가지를 잘라낸 사람. 진흙의 습기를 가졌지만 모래처럼 건조하게 묻어 곁에 있는. 놀랍게도 적당한 온도의 네가 손수 만들어준 울타리 안에서 자유로운 나. 맞다. 방임 속에 나의 안정이 있던 것이 아닌가. 낙. 순수한 즐거움.

나의 얄팍함에 실망하는 하루들이 반복되어도 보완할 수 있는 여지를 둘 수 있어서 다행이다. 무릎을 꿇고 여부에 감사함을 구하고 싶을 지경. 전 사실 축복받았네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5kg짜리 초콜릿 맛 프로틴 파우더는 영영 다 못 먹을 것만 같은 무게였는데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그중에서 얼마만큼의 양이 내 몸에 체화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찌 됐던 가루들은 녹아 몸속을 거쳐갔다. 처음엔 먹을만했는데 요새 부쩍 역겹다.

내가 사랑할  있는 사람도 언젠가에서 태어나 어딘가에 살아가고 있겠지. 꾸역꾸역. 우유도 없이   가득 빵을 삼키려 하는 듯이 나아가고 있을까. 나는 오랜만에 오렌지를 먹어서 기분이 좋았는데, 괜스레 미안하네. 나중에 만나게 된다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글의 좋아하는 , 오렌지만큼 좋아한다는 말을 먼저  속에 넣은  8조각의 오렌지를 건네기.

작가의 이전글 아이팟의 추억은 2000년대에 두고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