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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헌 Feb 18. 2022

쌀을 계속 씹으면 단맛이 난다고 한다. 생각도 그럴까

2021년 8월 29일

기상 후에 귀찮음과 더불어 최근에는 캡슐 알약 특유의 식도의 눌러붙는 느낌으로 인해 아침 약을 잘 챙겨 먹지 않게 되었었다. 그 의견을 밝히자 선생님은 냄새는 심하지만 쉽게 녹는 알약 제형으로 형태를 바꾸어 주었다.


가장 아픔을, 혹은 어른스러움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 유독 본가로 돌아온  많이 느끼는 부분이다. 나의 삶의 방향은 형평으로 향해있다. 나는 적어도 나에게 어떠한 상황이 주어져도 의연하고 중용을 지킬  있는 사람이 되도록 암시하고 명령했다.


그러나 감정은 상대적인 것이고 나는 그것들을 일일이 기록하는 서기관이 아니다. 내가 기록하는 것은 오로지 나의 척추에 붙어있는 직접적인 것들 뿐이지 저기 어딘가 말단에 일어난 일까지 내 소관이라고 여기지는 않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타인의 잘못이나 내가 인간적인 감정에서 느끼는 섭섭한 부분들을 개별적으로 기억하려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장단이 있다고 생각되는데 내가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세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미묘한 관계성을 정의하려고 했었고, 그것은 극심한 스트레스였다. 한데 지금 나는 누구의 잘못이건 잘잘못을 따지고 싶지 않고 그저 회피에 의한 평화를 지지하는 쪽에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다툼을 멀리하고 싶은 이유는 나의 방어기제 때문이다. 많은 파도들이 내 물리적 육신과 정신적 건강에 파괴적인 영향을 끼쳤으나 넘실거리고 난 후의 바다는 고요하다.

정적이 흐르는 바다의 기억으로 인해 나는 나까지 물보라를 일으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작은 파동에도 욕조는 넘친다. 나의 마음은 바다가 아니다. 감정은 넘치게 될 것이고 바닥은 젖어들 것이다. 그러니 나는 고요히 잠기리라.


또한 불친절한 나의 글과 감정은 때로 누군가에게는 불쾌감이나 상심을 초래하기도 한다. 누구나 잠잠한 풀장에서는 헤엄쳐 나갈 수 있다. 하지만 폭풍우는 잦았고 나는 그런 곤란한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뒷뜰에서 정성스레 키우고 있다. 이러다 무미건조하고 푸석한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닐까? 그냥 무엇에도 감동하지 않고, 그 무엇도 사랑하지 않는 그런 사람이 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거부하지는 않을 테지만 두려운 일이다. 내가 추구하는 것들을 사랑하지만 분야의 각의에 다다르는 나의 모습을 상상해보면 사랑이 느껴지지 않는다. 사랑해 마지않던 것들에 그 마음을 거두게 되는 과정에 세속의 힘이 작용했다는 사실도 속상하지만 개인적인 부분에서는 이기적 발전을 위한 선택이라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괴로워도 슬퍼도 반추는 계속되었으며 나는 그것을 멈추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직면하려 했고 비도덕적이고 무례한 방법으로 해결을 보려고도 했다. 반추의 빈도는 줄었고 나는 벗어났다.라는 생각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이럴 때를 조심해야 된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을 때. 내가 정리해 놓은 방의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고 생활하기 편안할 때. 어딘가에는 먼지가 쌓이고 있을 테니까.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나의 시대. 브레이크 페달을 모두 뽑아버린 것처럼 열심히 산다. 사실은 모두 죽음을 원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살고 싶다는 것은 죽고 싶다는 것이니까. 적어도 나는 너희와 나 모두 그렇다고 생각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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