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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헌 May 27. 2021

거짓말이 없는 세상은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2018년 11월 23일

나의 진심은 친구들에게만 전해졌다. 남극의 얼음은 남극에서만 존재할  있는 것처럼.


사랑을 찾아 떠난 이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나의 말은  많은 슬픔들을 걸러내고 나온 고운 진심이었기 때문에 그것을 나는 스스로 알게 되었음에 감사했다. 당신이 모르는 시간들 속에서 어떤 진심을 벼려내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이 있다는 것을. 그것은 사랑의 형태로,  나아가 애증의 형태로 우리 앞에 나타나기도 한다.


  , 간직했던 마음들은 나도 모르는 기준으로 선별되어 책장에 꽂혔고, 가끔 꺼내보게  이야기가 되었다. 결국 좋은 기억만 남는다는 숱한 사람들의 말은 괜히 많은 공감을 얻은 미사여구가  것이 아니다. 우연히 싸웠었던 카톡을 보았다.  때마다 어색하고 속이 울렁거리는  대화. 어릴  거미가 그려진 책을 만지기 조차 꺼려했던 나는 이제 거미가 아닌 나의 감정의 조각들을 들여다 보기를 두려워하고 있다.


무서운 장면에서 눈을 가리게 되는 영화처럼. 나는 눈을 가리곤 한다. 하지만 얼마 못가  틈새로 시선은 향한다. 결국 보게 되었을 때는 별거 없는 화면들이 지나가지만 불현듯 떠올라 몸을 떨게 하는 그런 장면들. 나의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 것은 어떤 찰나인가, 길다면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놓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가.


아마 나의 두려움은 나의 진심이 아니었을까. 일렁이던 신기루처럼 보이던 진심이 실제함이 느껴졌을 . 나는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못했으므로, 나의 욕조는 넘쳐버렸고 결국 카펫은 젖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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