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28일
좋아하지 않는 추위가 찾아왔다. 내가 사랑하지 않았던 작년의 추위와는 다르게 이번 겨울의 찬 바람은 내가 기꺼이 맞아줄 수 있는 것이지만. 찬 기운을 머금은 바람들이 나의 주위에 지나갔지만 남겨둔 것은 잠깐 빨갛게 변한 볼과 귀. 아무것도 할 수 없던 나에게는 그 추위마저 부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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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들어보라고 했던 노래들, 그리고 너희들이 나에게 추천해준 노래들은 나의 플레이리스트 속에 몇 곡이나 담겨있는가. 결국에는 듣지 않고 넘어갔던 숱한 노래들. 나의 취향이 아니었거나, 너의 마음을 대변하는 노래였기에 나로서는 어려웠던 노래들. 하지만 이 시기에 들을 수 있는 노래는 달랐다. 인기를 끌던 노래는 결국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았고, 취향을 타는 노래들은 몇몇의 플레이 리스트 속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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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방학 때의 꽃보다 남자 OST를 들으면 그 겨울에 동생들과 장난치며 놀던 일이 생각난다. 로꼬의 네가 모르게를 들으면 입시를 했을 때가 생각난다. 그 노래가 내 아침을 깨우는 노래였기 때문에. 내 기억을 부르는 노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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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추천해준 크리스마스 노래. 내가 들어보지 않은 것 같았는지 페이스북에도 태그 하며 들려주고 싶어 했던 노래. 따뜻한 크리스마스 느낌을 잘 알지 못하는 나에게는 크게 와 닿지 않았지만 1년이 지나서 이 노래를 직접 찾아 듣게 된 이유의 시작이 너에게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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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추천해준 크리스마스 노래는 당연하게도 너를 떠올리게 한다. 이 노래, 혹은 이 노래 속 노랫말은 네가 우리의 마지막 시간들의 사이에서 나에게 기꺼이 좋은 마음으로 알려주고 싶어 했던 것 중 하나리라. 이번 겨울에도 이 노래는 나에게 들려왔고 너도 어딘가에서 듣고 있겠지. 너에게도 이 노래의 기억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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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조차 또 다른 의미를 갖게 한 그 1년 남짓한 시간으로부터 다시 1년이 지나간다.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가더라도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은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을까. 테이프는 되감아졌고 그 테이프를 다시 재생했을 때 같은 노래가 나오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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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같은 노래가 들리더라도 내가 느끼는 감정은 감아진 테이프에서 이미 떨어져 나가 단어들로. 14개월은 14개월의 시간으로 지워져 간다. 이야기를 하는 속도가 빠르고, 글을 써 내려가는 속도가 빨라 결국에는 지워야만 했던 시간. 아슬아슬한 얼음판 위를 걷다 빠져버린 것처럼. 순식간에 젖어 얼어붙은 기억. 내가 남보다 일찍 도달한 종이의 끝. 하지만 나도 보통 사람. 지우개는 누구에게나 한 개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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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의 이 크리스마스 음악은 기꺼이 나에게 알려준 너라는 출발선에서 멀어져 네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들었으면 한다. 아주 멀리. 어렴풋한 모양조차 생각나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