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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헌 Jun 03. 2021

연비가 후진 차일수록 간지가 난다는 사실

2019년 2월 12일

그토록 가지고 싶어 했던 것들을 버려야 할 때가 온다.

아니 이제는 나에게는 필요 없어진 것이다. 일말의 아쉬움도 없이 안녕.


쌓아놓은 설거지를 마무리하고 마지막 그릇을 엎어놓았을 때. 그 안에 담겼던 것들에 대해서 나는 아쉬워한 적이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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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깨끗해져야 하는 무언가가 우리 삶에 있는가.


마치 중력처럼, 벗어던질 수 없는 나의 피부와도 같이 나의 삶에 일부분이 되어 있는 나를, 내가 있는 곳들을 쓸고 닦으며 깔끔하게 유지하는 것처럼 나는 언젠가는 깨끗해져야 하는 무언가로 존재하는 곳이자, 것이다.


무언가로부터 불이 옮겨 붙어 타고 있는 나의 불을 꺼뜨리고 그 후에도 차갑게 식혀주는 것. 거스러미와 같은 기억, 상처로 가득한 손에 신경 쓰지 않아도 먼저 바라 봐주는 것. 이기적 이게도 내가 바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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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하게 여기는 것과 사랑하는 것에는 많은 차이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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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나의 삶에서 깨끗하게 지워야 하는 얼룩이었나, 아니면 방향제와 같이 나의 삶을 가득 채우고,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 어떤 향과 같은 것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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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편함을 감수하며 너희를 입을 준비가 되어 있었나, 발 뒤꿈치가 까지고, 뒷목이 따끔한 새 옷의 느낌을 나는 견디기 어려웠던 것인가. 아니면 새 옷이 나의 향이 배고, 내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때. 그 자리에 그 옷가지를 그대로 두고 떠나는 것은 혹 그대가 먼저였을지 몰라도 나는 이미 그곳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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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에 정성을 쏟았던 시간은  였던 천이 거두어지면 실루엣 속에 숨었던 것들에 사라진다.

죄책감에 살고, 어떠한 기억을 촉매로 하는 또 다른 촉매가 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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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준 그대에게 언제나 미안한 시간.

그때도 지금도 그대는 내가 그 사랑으로 배울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을 테니까. 지금은 아니더라도 그 시간 속에서는 함께 그리는 그림이 완성될 거라 여겼을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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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혹은 서로가 버린 서로를 일말의 아쉬움도 없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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