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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헌 Jun 02. 2021

날숨에도 산소가 있긴 있다

2018년 10월 21일과 2019년 2월 10일

왜냐면 나에게는 소중하지 않았으니까.

대체할 것이 나의 삶에 항상 존재했으니까.

없어도 일상의 다리는 흔들리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문득 바람 부는 다리 위에서 난간이 사라진 곳을 보면 나의 몸이 흔들림을 느끼고는 한다. 다리는 안전했지만 내가 떨어질 수 있는 곳을 내가 스스로 만들었으니까 불평하지 않았다.


고장 난 좌석이 있는 극장처럼 전석 매진될 수 없다는 것. 실패한 사랑만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성공했다면 그것은 나의 기억 속에서는 사랑이 아닐 테니까.

나에게 사랑이란 삶을 진행해 오는 데 있어서 실패하는 것으로 정해놓은 것이기 때문에.


깨진 것에 대한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나의 아이러니, 질투하지 않는 나의 삶. 하나 나도 한때는 그에 대해서 열렬한 질투와 관심을 보냈었다.



나는 멍청한 것 같진 않은데도 사랑하는 법은 알지 못한다. 그것을 멍청하다고 한다면 나는 그런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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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용서했다. 아니 내가 뭐라고 용서를 하겠나, 그저 힘들게 이해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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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누구에게나 버거운 일이기에, 눈을 감고, 귀를 막은 채 삼켜버리고 만다. 그것의 형태나 소리는 들을 수 없었지만 내 입에 남은 것은 씁쓸한 단 맛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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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입 주위를 더럽혀가며 삼켰던 그것은 나를 오래도록 아프게 했다. 열이 났고, 끙끙 앓아눕게 했다. 별안간 몸은 언제 그랬냐는 듯 괜찮아졌지만 내가 삼킨 그것은 내 몸의 일부가 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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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내가 되어버린 사실을 어떻게 용서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나 스스로를 용서하는 것 또한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역설 속에서 살아가는 자신을 발견할 때에 내가 느낄 괴리는 누가 위로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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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괜찮은지 둘러보며 확인하는 것뿐이리라. 힘들게 해내고 말았던 이해라는 것은. 머리를 빗겨주고, 얼굴을 씻겨주는. 매일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을 수 있도록. 멀어진 객체와는 반대로 사실이라는 이름을 가진 또 하나의 나와 가까워지는 과정 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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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나를 용서할 수 없고, 힘겹게 부단한 노력으로서 곁에 두고 이해할 뿐. 입 속은 아직 쓰린 기운으로 울렁거리지만 그저 삼켜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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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디쓴 그 모든 것 또한 오롯이 내 것이기에, 내가 너에게 바랐던 것 또한 온전히 자신의 감정으로 책임지는 것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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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쉰 이기심의 숨결은 결국 나의  안을 가득 채워  나의 들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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