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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헌 Jun 08. 2021

자발적 아싸의 행복. 너넨 모를 것이다.

2019년 5월 27일

'얻다'라는 말은 '잃다'라는 말과 같은 말인 것을 이해했나. 채워진 것은 비워지고, 올라갔던 걸음은 내리막을 걸어야 하는 따위의 .


나는 쉽게 생각하는 것이  어렵다. 쉽게 생각하며 산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싫어한다. 나는 쉬운 삶을 살고 있지 않은데도 스스로를 싫어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끝없는 자기혐오가 내가 뒤로 했던  끝에 있는  어쩌겠나.


걷던 길에 작년의 것과 같은 장미가 피어났다. 내가 녹인 얼음과도 같이. 다시 얼고, 다시 피어난 그것은 1년 전의 장미는 아니겠지만 나의 눈에는 다 같은 장미처럼 보였다.


내가 한 번도 선물하지 않은 저 아름다운 말. 이미지와 기억들의 모임은 내가 잘하지 못하는 것들을 떠오르게 한다. 여행도, 선물도, 좋은 말과 위로도 모두 도처에서 나의 결점을 들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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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인생이 바뀌던 순간과 장소를 기억하니.

인생은 어떤 순간으로 인해 바뀌는 걸까. 나는 그런 순간을 얼마나 목격해왔던가 그 순간을 목도했을 때 내가 풀어헤친 순간의 선물포장 안에는 무엇이 있었나. 엘리야의 선물 상자 속 만화책처럼. 여태까지의 나를 닫고 앞으로의 나를 연 그런 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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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에 별이 하나도 보이지 않던 어느 날, 한 때 나는 그것이 사라진 것인 줄 알았다. 그러나 구름에, 도시의 흐린 하늘에 가려진 것이었다. 나는 별을 다시 보게 된 일이 있었기에 별들이 가려졌음을 알 수 있었다.


우연히 갖게 된 에어팟의 편리함을 생각하고, 우연히 사게 된 화장품이 나에게 잘 맞았던 것이 생각났다. 좋은 것은 우연으로 찾아오고 별을 다시 보게 된 것 또한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마음의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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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 죽는다는 거 알고 있어? 어느 날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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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별이 죽는다는 것을 그저 빛이 사라지는 것으로 생각했다. 별은 빛나는 것이니까 빛이 꺼질 때 결국에 별은 죽게 되는 거로구나 하고.


하지만 별은 죽을 때 자신이 별로 살며 내었던 빛 중 가장 밝은 빛을 내고 죽는다고 했다. 사람들은 그 상태의 별을 초신성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잃는 것은 그런 것인가. 찬란함을 남기고 눈 앞에 남지 않는 것인가. 난 생각의 사멸을 지켜볼 때 빛을 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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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두려워했던 일은 나 자신을 마주하는 일이었음을 문득 깨달았다. 그렇기에 나는 눈먼 자로 계속 있을 수밖에.


그런 게 아니라면, 슬프게도 내가 했던 생각들은 별처럼 빛나지 않았기에 그 어떠한 밝음도 나에게 목격될 수 없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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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나와 같은 사람을 만나지 않을까, 나보다 더 지독하고 표독스러운 사람을 만나지 않을까. 나는 항상 두렵다. 거울을 보기 싫은 것처럼. 나는 내 안에서 끓고 있는 용광로와 같은 생각들을 부어 내놓고 식힐 거푸집 따위는 없다고 여겼고, 나보다 더 높은 끓는점으로서 존재하는 사람을 두려워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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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20살 때 보고 언젠간 다시 떠올릴 것 같았던,

우리를 상처 나게 했던 것들은 다 우리가 원했던 것이라는 말은 길고, 그리고 짧았던 4년 후인 지금의 나의 계속되던 발걸음을 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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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하고 긍정적인 사람을 꿈꾸었고, 그렇게 되기를 바랐던 시간들이 많았다. 매일. 그리고 내일.

더 높은 끓는점은 나보다 더 쉽게 떠날 수 있고, 나보다 더 쉬이 손을 닦아버릴 수 있는 사람들.


누군가는 쿨하다고 말하며 누군가는 매정하다고 말하는 그 성향과 성격을 나는 가지고자 했고 이젠 그랬다고 생각했으나 항상 맨 위의 맨 위는 존재하고 나는 누군가의 위에 있지 않았기에.


떠올릴 수 있는 방법이 아닌 방법으로 자신을 벗어내고 사라지는 일이 가능한 사람들도 있었으니까.


허물을 제대로 벗어내지 못한 뱀이 썩어가듯이, 온전히 벗어내고 떠난 뱀은 돌아보지 않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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