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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헌 Jun 29. 2021

적당히 좋아하고! 적당히 싫어하고!

2019년 9월 8일

나의 삶의 문진, 나의 삶의 문진표.


어제 꿈에 나왔다. 머리 안에서  시간들을 끌려온 생각과 비슷했던 꿈은 마치 신기루였다. 꿈이 신기루라니  아이러니한 표현이 아닌가. 꿈은 원래 가짜인데. 이루고 싶은 무언가가 영영 이루어질  없는 상황으로 끌려온 것이 견디기 힘들다. 신기루가 아닐지도 모른다.  신기루 속에서 이루어졌던 그냥 통상적인 대화는 누구와도   있는 행위이니까.

각자가 보이지 않게 정해놓은 선을 침범하지 않고 그저 쇼윈도에 전시해 놓은 가장 자신 있던 상품을 서로 보여주며 이어나가는 말들. 나한테는 그것도 참 바라던 것인데.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눈 게 언젠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끝자락에 보였던 서로의 유리창 안쪽 가판대에는 어떤 물건이 놓여있던 것일까. 얼마나 숨기고 얼마나 들추고. 또 얼마나 보여줬는지.

종종 이야기하는 기억 속의 이미지는 내가 얼마나 타인의 망령에 사로잡혀 지내는지 반증한다. 누군가 죽었으면 좋겠다거나 삶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기에 사라지길 바랐던 사람들 조차도. 내 바람대로 죽었다면, 실제로 나의 인생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내가 못되었을 테니 쓰레기에서까지 유류품을 찾아 나가야 하는 게 참 싫다. 내가 왜 너희에게 배워야 했는지. 그다지 좋은 변명거리가 되지는 못하고 있다. 그저 문을 여닫을 때마다 신경 쓰이게 덜그럭 대는 경첩.

애매한 이들에겐 일부러 애써서 정 떨어졌던 일들을 생각하기도 한다. 너의 실수들, 네가 한 나의 세상에서는 상식 밖의 이야기들. 정이 떨어지던 어떤 순간들. 내가 평소에 하는 표현대로라면 골 때리는 문장들. 정을 떼고, 사랑하지 않으려 하는 것도 노력이 필요하다니. 참 쉬운 거 하나 없다 사랑은 시작도 끝도.

사랑과 재채기는 숨길 수 없다. 누군가는 지금 나오는 재채기를 기쁘게 여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먹먹해진 귀를, 부끄럽게 찔끔 나와버린 콧물을 사랑의 징표로 여기며. 상대의 코가 한시 빨리 간지럽길. 내 마음이 그를 간지럽히길 바라며. 재채기를 잘 참는 사람. 아니면 나는 그다지 코가 간지럽지 않았던 걸지도 모른다. 내가 재채기라고 생각했던 것은 그 임계점에 항상 다다르지 못해서 에취! 하는 소리를 내기에는 미미하고 얕았던 게 아닐까.

너는 어떤 페이지에 꽃가루를 뿜는 그 문진을 올려놓았나. 다음 장으로 넘기기를 원했던 모습이었기에 나는 바라보는 네 눈에 견디지 못하고 무게를 잠시 치워 그 종이를 넘겼으나 다음 장에는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았다. 그 여백이 공허했다. 또 적어내야 한다니. 하는 중압감과 함께. 누군가의 강요가 없는 중압이었으나 그건 스스로 어깨 위에 쌓아놓은 죄책감 같은 것이라. 내뱉을 수 있는 건 마른기침뿐이었다.

난 너에게 어떤 역할을 배정받고 살아가려고 했나, 또 함께 무엇을 적어 내리고자 했나. 나의 결혼관을 관통했던 어떤 이의 말. 부부가 되기 위한 결혼이지 부모가 되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말. 나는 너의 무엇이 되고 싶었을까. 순수한 무지로써 오래도록 함께 그 페이지 위에서 머물기를 바라며 올려놓았나. 아니면 더 두려웠던 재채기의 이전에 잠시, 그저 다음 장에 있을, 그리고 실제로 있었던 빈 공간을 두려워했기에 넘기지 못하도록 올라가 앉아있었나.

존재를 지워버리려고 했으나 문득 닮은 사람에, 타자의 비슷한 생각을 부르는 행동에 뭍은 색은 너의 문진의 색. 하지만 종이를 넘기지 못하게 하는 매력적인 약취는 없다.

우리 각자의 도파민으로 살아주자. 그리고 내가 항상 이야기하는 우리의 교집합 이상은 절대 넘지 말자. 견고한 진열장을 깨고 네가 과하게 많이 삶에 들어찼을 때. 네가 내 삶에서 썰물로, 침입자로 존재할 때 생긴 비정상적인 사랑의 얼룩을 얼마나 신경 쓰며 살아가는 나인지.

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다르다. 내 생각이 아니라 우린 모두 그렇다. 뇌가 없는 사람은 없으니까. 나도 옛날의 과학자들처럼 좋아하면 즐겁고 그렇기에 그것을 계속 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원하지만 좋아하지 못하고, 좋아하지만 원하지는 않는 사람을 알았다. 사랑하는 당신보다 과정에서의 즐거움이 전부인 사람.

내가 적어야 했던 빈 페이지는 나의 문진표였던 것. 삶을 가다 보이는 모든 것이 내 사랑에 대한 질문. 긴 질문도 없이 생각나는지 아닌지 물으면 되었던 것을. 바람이 불어 비었던 공허의 장은 넘겨졌으나 마지막으로 손을 뻗어 북 커버를 닫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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