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9일
스물 다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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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혹은 몇 주. 몇 달간의 질감. 지독하지 않은 적이 없는 나날들. 조태오 말처럼 매 년 제일 지독한 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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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 년 동안 유독 나에게 요구되었던 성품은 다름 아닌 인내의 미덕이었다. 작년 생일 때 쓴 글을 일 년만에 다시 읽어보아도 질문은 언제나 하나. 더 나은 사람이 되는 일에 성취감을 느꼈나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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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는 천부적인 것이 아니다. 규격은 정해져있을지 몰라도 빈 목록을 채우는 것은 개인의 몫이 아닌가. 너무 낯설어 무겁게 느껴지고. 너무 친숙한 깃털이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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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력을 유지하는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혹시나 내가 당기는 힘에 의해 유지되는 것일까, 팽팽하게 당겨져 있기에 상호적인 일이라고 넘겨 짚는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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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증스럽다는 말. 몹시 괘씸하고 얄밉다라는 뜻이다. 나는 가증스러운 인간. 뒷마당의 놀이터, 모래밭을 헤집어 놓으면 어떤 물건이 나올 것 같냐고 물어본다면 무례라고 대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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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량이 큰 것들은 둘러보지 않는다. 그저 끌어당기고 흡수할 뿐. 자극을 받고 영감을 얻는 이들에게 끌려가지 않고. 도리어 그 주위에 있는 에너지만을 취하고 다시 나의 궤적으로 돌아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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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하리만큼 허무하게 끝나버린 11개월. 또 다른 분노에 불을 붙일만큼 짜증스럽고 사소한 분노의 근원지들. 둘러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흉내였으나 아직 나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나의 질량의 부족이라고 겸허히 받아들일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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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추구하던 멋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누군가는 이해하지 못할 묘한 만족감이 나를 감싼다. 이런 날이면 할 일이 많고 적고를 떠나서 편히 잠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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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덩이 밖에 없는 길이라면 호수라고 불러야 옳겠으나 내가 걷는 곳의 이름은 길. 명백히 길이다. 흙탕물을 콱, 하고 밟아 튀어도 잭슨 폴락이라고 여길 수 있을만큼의 자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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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주고 증명하면 된다. 방식과 태도. 삶의 대전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