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 시작

[세계관광 기록일지] 1교시

by 관광학도

2023.03.22. 맑음


나는 현재 시속 800km로 중국 상공 위를 날고 있다. 내 꿈, 김광석의 인생, 유년기 제1부를 마무리하는 극의 하이라이트. 세계일주를 시작한다. 두렵고, 싱숭생숭하다. 하지만 설레이고, 부딪히고 싶다. 내가 오랜 기간 쫓아왔던, 나의 꿈을 겪고 싶다. 해야 할 게 많다. 미처 준비하지 못한 것들도 너무 많다. 그래서 걱정이 되지만 한편으로는 가서 또 재밌게 헤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어제저녁 10시가 되어서야 짐을 싸기 시작해서 결국은 새벽 3시 반 정도에 잠에 들었다. 짐을 늦게 싼 탓도 있지만, 여행 전날이다 보니 잠이 잘 안 왔다. 어쩌면 1년 동안 이어질 여행. 뭔가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내일도 평소처럼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 집에서 뒹굴뒹굴 시간을 보내다가 주말이 되면 T를 보러 갈 것 같다.

약 두 시간 반, 선잠을 자고 6시에 일어나 간단한 물 샤워를 했다. 밤을 샌 것 같이 정신이 몽롱하고 몸이 피곤했지만,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느낌이었다. 어젯밤에 결국 다 싸지 못한 짐을 아침에 급하게 마무리 짓고, 아빠 차를 타고 천안아산역으로 갔다. 아빠의 배웅을 받으며 서울역 기차를 탔다. 올라가는 동안 숙소로 가는 오프라인 지도를 다운받고, 네팔 도착비자 과정을 찾아봤다ㅋㅋㅋㅋㅋ 출국 당일 날 이런 걸 찾아보고 있으니 원ㅋㅋㅋ 도착 비자 발급은 시간은 좀 걸려도 복잡하지는 않을 것 같다. 어제 신청한 인도와 파키스탄 e 비자도 부디 승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서울역에 내려 T의 차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했다. 중간에 주영이와, 대준이형, 태균이, 큰형, 아빠에게 전화가 왔다. 잊지 않고 연락해 준 소미에게도 고마웠다. 출국장에 들어왔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비행기에 타서 바로 졸기 시작했다. 어제 잠을 거의 설친 탓일 거다. 졸다가 약 1시간 후 기내식을 먹을 시간이 되어, 기내식을 싹싹 긁어먹은 후 다시 잠을 잤다. 내 옆자리가 비어있어 편하게 가고 있다. 네팔에 도착하면 현지는 약 오후 6시, 한국은 9시쯤 될 것이다. 가서 바로 가족들에게 연락을 해야겠다.


내 꿈이 시작됐다. 이걸 바라보고 정말 열심히 탄탄하게 준비해 왔는데, 막상 이 순간이 되니, 좀 어벙벙하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고 그렇다. 후회 없도록 열심히 즐기고, 최선을 다해 여행하자. 훗날 내가 황혼기가 되었을 때, 가히 빛나는 내 20대 젊음의 전성기였노라고 추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따 숙소에 도착해서 또 일기를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여기까지.


파이팅, 김광석. 정말 후회 없이, 원 없이, 너가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와라. 고생했고, 앞으로도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나의 인생을 살아나가자. 축하한다.


+ 네팔에 도착했다. 도착 전에 비행기 창문 너머로 에베레스트가 보였다. 마음이 두근거렸다. 처음에 공항에 도착하고 든 생각은, 이게 공항이라고..? 싶었다. 1층짜리 벽돌 건물이 꼭 미국에서 다니던 브라운트 초등학교 같았다. 어쨌든, 비자발급은 생각보다 수월하게 이루어졌다. 중간에 블로그에서 예습한 것과 달리 카드가 아닌 현금만 받는다고 해서 당황하기는 했지만;;

짐을 찾아서 바로 유심을 샀다. 유심도 순조롭게 사고 있는데, 옆에서 계속 다른 아저씨들이 왔다 갔다 했다. 나는 스몰 토크도 좀 할 겸, 나 에베레스트 갈 건데 가본 적 있냐 물어봤는데, 알고 보니 그 아저씨가 바로 옆 여행사 사장이었다;; 유심받고 가서 같이 보자길래, 들어나보자 하는 심정으로 따라갔는데, 현지에서 예약하니 한국에서 예약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저렴했다. 어차피 나도 예약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서, 조건도 맞춰준다고 하니, 여기서 해야겠다 마음먹고 진행하는데, 중요한 진행단계에서 내 카드들이 결제가 되지 않았다.

이때부터 뭔가 분위기가 이상해졌는데, 바로 옆 ATM에서 네팔 루피를 뽑아서 예약금을 걸라는 것이다. 수수료 때문에 불안했는데, 또 나가서 새로 찾기도 귀찮아서 진행했다, 그런데 글쎄 수수료가 500루피(약 5000원)가 나오는 게 아닌가. 뽑으면서도, 뽑고 나서도 화가 났지만 뭐 어쩌겠는가.. 그냥 스트레스받지 않기로 하고 예약금을 줬다. 그리고 재차 내가 가고 싶은 루트를 강조하고 나왔다.


숙소가 있는 타멜 거리까지 택시를 이용해야 했는데, 분명 나는 블로그에서 400루피 내외라고 봤음에도, 공항 직원들, 유심 직원, 여행사 직원 모두 400은 절대 불가라며 손사래를 치는 것이 아닌가. 최소 500-600은 줘야 한다고 했다. 불안한 마음에 나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첫 택시기사는 1000을 부르는 것이다ㅋㅋㅋㅋㅋㅋ 그냥 가격 듣고 무시하고 나아갔다. 그 아저씨가 이내 협상을 제안했으나, 내가 500 던지자마자 그 아저씨도 자기 갈길 그대로 갔다. 어차피 택시기사들은 발에 치이만큼 많이 있었다. 다음 기사는 800을 불렀다. 나도 공항 직원들에게 다 들었다며 블러핑을 치고 400을 불렀다. 택시기사는 절레절레하더니 700을 불렀고, 나는 600 아니면 안 간다고 못을 박았다.


결국 나는 택시를 탈 수 있었다. 택시는 우리나라 모닝 같은 경차에, 창문도 수동으로 돌려서 열어야 했다. 거리에서는 클락션 하모니가 끊이지 않았고, 도시의 대기는 매캐했다. 마치 화생방 같았다. 게다가 길거리는 경차와 오토바이가 비빔밥처럼 섞여있는 것 같았다. 딱 택시를 탔는데 운전석에 사람이 앉아있길래, 당연히 드라이버이겠거니 했는데, 알고 보니 또 다른 손님이었다;; 네팔은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었던 거임;; 어쩌다 보니 그 손님까지 내려주고 내 숙소로 왔다;;

숙소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으면서 매우 나쁘다. 따뜻한 물보다는 미적지근한 물이 나오고, 침대가 심각하다. 정말 단 한 번도 빨지 않은 것 같다.


네팔에서의 첫날부터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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