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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미 Sep 17. 2022

좌충우돌 여성 트리오『F3』를 소개합니다 (3)


지난해 늦여름의 추억을 뒤로하고 『F3』는 일상을 되찾아 역시 매월 1회 모임을 지속하며 노래하고자 했다. 그러나  금년 전반기는 멤버 모두에게 사적으로 매우 분주한 시간이었다.


N선배와 나, 그리고 가족들이 연이어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수 주간 격리 생활을 해야 했고 각자 자녀 혼사라는 인륜지대사가 있었으며 W는 책을 출간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냈다. 특히 나는 지난해 연주대회 출전 이후 곧바로 미술공모전 수상으로 여념이 없었고 이어 글쓰기를 시작한 후 브런치에 글을 연재하는 일로 눈코 뜰 새 없는 시간들이 이어졌다.


1달에 한번 갖던 모임이 두어 달 미뤄지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음악에 대한 우리의 열정이 이대로 식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염려될 정도로 올해 상반기는 서로 간에 만남이 격조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7월, 수개월만에 모처럼 노래 모임을 가졌는데 W가 뜻밖의 제안했다. 다시 8월이 다가오는데 올해 연주회에 다시 한번 도전해보자는 것이었다. 뜬금없는 제안이었지만 N선배와 나는 현재 벌여 놓은 일들이 많았음에도 마음이 흔들렸다. 지난해의 감동과 희열을 다시 한번 맛보고 싶은 마음이 앞섰던 것이다.


즉시 공단 홈페이지를 확인했더니 과연 공고가 떠있었다. 하지만 웬걸! 지난해까지 퇴직 공무원을 대상으로 했던 연주회의 규모가 전, 현직 전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공무원 음악제’로 확대된 것이다. 전, 현직 전체 공무원? 그렇다면 우리의 수상 가능성은 더더욱 제로, 계란으로 바위 치기 수준도 안 될 것이 뻔했다.


그러나 우리가 언제 수상을 바라고 노래했던가? 우리는 잠시 고민했지만 수상에 대한 기대는 접고 우리의 즐거움을 위하여 다시 한번 도전해보기로 했다. 아니, 나아가 앞으로 10년간 매년 8월이 되면 공무원 음악제를 목표로 새로운 곡을 선정, 집중 연습하는 우리만의 ‘『F3』 축제’ 기간으로 삼기로 했다.


우리 연령대에서 10년이란 참으로 의미심장한 기간이다. 10년을 꾸준히 무엇인가 새로운 목표를 정하고 추진하기에는 매우 모호한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곧 세 사람은 물론 그 주변에 커다란 이변이 없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노력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우리의 목표는 각자의 건강, 가정 등 모든 방면에서의 평안과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이기도 했다.


우리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연습할 곡을 선정, MR을 만들고 열정적인 연습 과정을 거치며 다시 한번 뜨거운 늦여름을 보냈다. 이번에는 MR을 만드는데 나의 중학교 친구인 Y가 세션으로 참여했으며 녹음은 음향과 영상에 관심이 많아 집안에 온갖 음향장비를 갖추고 있는 막내아들의 도움을 받았다.


지난주 결과가 나왔지만 예상했던 대로였다. 그러나 전혀 개의치 않았다. 우리는 심사결과에 관계없이 우리만의 영상을 찍었다. 기타를 들고 노래 연습하는 장면과 부엌에서 함께 요리, 설거지를 하면서 반주만 나오면 언제 어디서나 자연스럽게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녹화했다. 우리 집에서 녹화를 진행하였기에 고양이 제리, 보리가 수시로 영상에 등장하여 박자에 맞추어 꼬리를 흔들거나 ‘야옹~’ 하며 추임새를 넣으니 더욱 재미있고 볼거리 많은 영상이 완성되었다.  


수십 년 후 우리가 오늘의 이 영상을 다시 보게 되면 어떤 마음이 들까 생각하니 앞으로 남은 삶 가운데 가장 젊 날인 바로 오늘이 더욱 소중히 여겨 짐은 물론 단 하루라도 소홀히 여길 수 없을 것 같은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앞으로 우리 『F3』 계획은 어떠할까?


우선 나의 개인전을 앞두고 ‘작은 음악회’를 위한 연습을 시작해야 한다. 오랜 기간 준비 끝에 마침내 나는 내년 초 인사동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개인전 개막식 날, 음악 하는 친구들과 ‘작은 음악회’를 개최하는 것이 나의 오래된 꿈이었다.


그림으로 둘러 쌓인 갤러리에서 열리는 아마추어들의 작은 축제. 물론 미숙하겠지만 독창과 중창, 가요와 클래식, 노래와 악기 연주가 어우러 질 음악회를 상상만 해도 설레고 감격스럽다. 당연히 그 중심에 『F3』가 함께 할 것이다.


이후 음악을 통한 봉사활동도 생각해 본다. 노인들이 계시는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실버타운 등을 방문하여 요양 중인 어르신들을 위해 노래하는 것도 보람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매년 8월이 오면 다시 우리만의 축제로 노래 연습을 하며 즐기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그리고 있는 『F3』 미래 모습이다.


우리가 꿈꾸는 대로 『F3』 멤버는 물론이고 서로의 가족들 모두 건강하고 무탈하여 10년, 아니 그 이상을 노래하면서 이름 그대로 우리의 노년을 꽃처럼 아름답고 풍요롭게 보낼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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