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색이 없다고 느껴지는 날들
어려서부터 나는 후각이 예민한 아이였다.
쉰 음식은 바로 알았고, 다른 친구들은 모르겠다는 친구의 특이한 체향을 맡고, 무튼 향으로 사람과 추억을 기억하는 일이 많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나도 '나만의 향기'를 가지고 싶다고 생각했다.
향수만 매년 최소 2개 씩은 사는 내가 향수를 고르는 기준은 매일 다양하다.
오늘 착장에 어울려서. 오늘은 무화과 향기를 맡고싶어서. 오늘은 이 향기가 나와 잘 어울리면 좋겠어서. 하물며 사주에서 나에게 필요한 오행 향수 추천도 본 적 있다.
거의 유일한 외출인 출근 때도 근무 상황상 매일 뿌리지도 못하면서 향수는 왜 그렇게 모으나 모르겠다.
스스로 성격이 여러가지 삽질하지 않고 한가지만 깊이 파는 성향인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나보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남들이 좋다면 한 번씩은 꼭 멈췄다 간다.
향수 사재기의 답은 이미 알고있다. 남들이 나를 생각 할 때 "~향기가 나는 마로"라고 확실한 정체성을 부여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겠지. 다른 사람이 뿌린 같은 향수를 맡아도 내가 생각나도록. 오늘 이 향수가 나한테 잘 맞는다고 하면 앞으로 이 향수만 뿌려야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잠시 주제를 바꿔 이제는 주변에서 모르는는 사람이 없는 식상한 MBTI인데, 필자는 INFJ이다. 몇 년 지났으니 바뀌었겠지싶어 아무리 다시해도 바뀌지가 않는다. T/F가 51/49로 반반이지만 N/S는 슈퍼 트리플 N이라고 자신있게 말 할 수있다. 며칠 전에 릴스를 보다가 'S는 절대 이해 못하는 N들의 대화'라고 숫자에 색을 부여하는 N들의 대화였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엥?싶었다. 정말 안되는건가? 1은 하늘, 2는 주황... 7은 보라, 8은 파랑 등등. 노래를 들으면 머리에서 내 마음대로 M/V를 만들어서 재생되고, 노래의 색이,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래서 그런지 특정인물을 생각 할 때 내가 생각하는 상대방의 색도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겉모습, 성격 등을 합쳐서 연상되는 색. ENFJ인 내 동생은 나를 생각하면 주황색이 떠오른다고 한다.
예전에 친구와 서로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를 할 때 어떤 성격의 친구라고 설명할 것 같냐고 대화를 한 적이 있다. 나는 친구를 생각하며 할 말을 정리하는데, 친구는 '성격? 무난하지. 다 무난해.'라고 했다.
음... 당시 나는 친한 친구인만큼 다른 사람과 비교되는 장단점을 들을 줄 알았는데, 약간의 충격이라면 충격이었다. 나 스스로도 무난하고 평범하다고 생각하면서 친한 친구는 나를 다른 눈으로, 나의 특별한 색을 볼 것이라는 바람에서 비롯된 마음이다. 내가 특별하게 생각 하는 사람도 나를 특별하게 봐주었으면 했다.
나 혼자 기대하고, 나 혼자 실망했다. 그런데 괜찮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니까. 괜찮을껄?
평범하고 무난한게 나쁘다는 이야기가 절대 아니라 나에게 특별하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나 또한 특별하고 싶은건 이 세상 모두의 바램일 것이다.
친구와의 대화에서 나는 무채색이라고 도장을 찍힌 기분이었다. 회색, 검정 그 외 등등...
길을 다니며 마주치는 사람은 나에게 그저 '행인 1'인 것처럼 내 세상에서의 나는 유일한 존재이지만 그에게도 나는 행인 일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 지구에는 몇 억 개의 세계가 있는걸까?
특별 (特別) [특뼐] 보통과 구별되게 다름
특이 (特異) [특이] 1. 보통 것이나 보통 상태에 비하여 두드러지게 다름. 특이 행동
2. 보통보다 훨씬 뛰어남
<출처: 네이버 국어 사전>
갑자기 궁금해서 찾아봤다. 뜻으로만 보면 의미가 크게 다르지는 않은데 '너 특별하다'와 '너 특이하다'는 어감이 참 다르게 들린다.
앞선 주제인 사람의 색은 '특별'일까 '특이'일까? 다르면서도 다르지 않은 경계인 듯하다.
다른 에세이 책처럼 '~~이런 일이 있었지만, ~~이렇게 극복하면 된다. ~~이렇게 사고를 바꿔라!' 라는 말은 못한다. 왜냐하면 나는 누구에게 충고를 할 만큼 뛰어난 사람도 아니고, 심리학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아직도 고민하고 있으니. 그냥 하소연만 하련다.
나도 색을 찾고싶어. 나도 특별해지고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