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해외여행 중에서도 대만을 좋아한다.
주변인들에게 우스갯소리로 제2의 국적이 대만이라는 둥 그런 농담을 하고 다닌다.
실제로 대만은 혼자 여행으로 2번 다녀왔다.
대만의 바쁘지만 여유로운 분위기, 정감 있는 길거리, 맛있는 음식들, 특색 있는 지역들... 중국어를 할 줄은 모르지만, 무슨 자신감인지 혼자서라도 꼭 가게 된다.
첫 여행은 2019년이었다. 대학 전공에 다른 기관으로 실습수업이 있었는데 방학에 미리 실습을 갔다 온 나는 2주의 휴일이 생겼고, 인플루엔자 A에 걸려 주말에 하는 알바도 쉬게 되었다. 5일 동안 침대에서 골골대다가 문득 해외여행을 계획한다. 직전연도에 해외여행을 계획했으나 무산되어 여권은 있었다. 처음 가 보는 해외에, 대만이라는 나라는 드라마로만 접해봤어서 여행 가이드북도 구입하고 첫 해외여행을 준비했다.
2019년은 가히 나에게 최고 힘든 해였다고 할 수 있다. 학생 수가 많은 탓에 우리 학년은 2개의 반으로 나눠져 있었고, 나는 우리 반의 (자원한 것은 아니었다.) 과대였다. 2019년부터 실습이 시작되면서 실습지에 제출할 서류들, 과대로서의 공지, 교수님들과 조정, 강의실 확보, 그 외의 자잘한 업무를 하는데 학생 수가 50명에 실습지도 여러 군데로 정말 정말 정말 힘들었다. 첫 실습 출근을 하려면 새벽 5시에는 집에서 나가야 했는데, 며칠 전부터 시작된 서류정리를 하느라 새벽 3시까지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다가 거의 뜬 눈으로 첫 실습을 갔다. 학기의 첫 시작이 지금부터인데, 끝나지 않는 어두운 터널을 끊임없이 걷는 기분이었다. 막막했다.
우여곡절 끝에 대만 호텔에 도착하니 저녁시간이었다. 긴장이 풀려 피로한 탓에 첫 끼니는 편의점 메밀국수였다. 국수를 먹고 잠시 누워있었을까, 학과 교수님께 메신저 연락이 왔다. 수업, 실습 날짜와 강의실 조정으로 연락이 왔었는데 뭔가 '탁'하고 터지더니 눈물이 쉼 없이 나왔다.
현실 도피 위해 쉬고 싶어서 해외까지 왔는데, 주어진 3일도 해방될 수 없다는 생각에 서러웠던 것 같다. 호텔방에서 울면서 메신저를 하던 내 모습이 지금 생각하면 짠하다. 다행인 것은 혹시나 있을 일에 대비해 필요한 내용들을 적은 노트는 챙겼었다. 비록 원해서 얻은 자리는 아니지만, 나는 나대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던 1학기였다.
그렇게 첫 해외여행의 대만 여행이 끝나고, 놓칠 뻔한 비행기도 잘 타고 귀국하는 날. 그날따라 대만의 하늘은 우중충하니 계속 비가 내렸다. 여행하는 동안 날씨가 계속 좋았던 것도 아니지만, 떠나는 날도 좋지 않아 아쉬웠다. 다시 현실을 마주할 생각에 비행기 위에서 착잡한 마음으로 하늘풍경을 보는데, 빼곡한 구름 위를 벗어나니 장관이었다. 새파란 하늘 아래 깔린 구름이 잔디처럼 빼곡했다.
그때 무의식적으로 현실도피를 하고 싶었는지,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에도 하늘 꼭대기에서 보면 이렇게 아름답구나' 생각이 들어서 또 울 뻔했다. 지금도 힘든 상황에서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염불 외듯이 외우고 있다. 지금 이렇게 힘든 순간에도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먼 훗날, 또는 짧은 미래에서라도 지금 나의 순간은 반짝반짝 빛나는 과거가 되어있을 것이다. 어두운 날 하늘 위에서 마주했던 구름바다처럼. 나는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