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초보의 좌충우돌 단독주택 셀프 리모델링 이야기)
* 요약
- 브라질의 코파카바나 해변을 닮은 마당을 연출했다. 아무래도 봄이 오면 돈을 좀 써야겠다. 마당 공사 비용은 남은 자재를 재 활용했다.
아무래도 망가진 것 같다. 생각의 회로가 고장 난 것 같다. 보통은 뭔가 부족한 게 있으면 사는 게 당연할 텐데 만들 생각부터 하고 있다.
마당이 있는 집을 그리도 원했으니 정원 같은 마당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마당을 꾸며야 할 내가 손을 놓고 있으니 마당은 건초더미 굴러다니는 황량한 서부 같다.
이렇게 사막화가 된 이유는 괜한 욕심이 부른 결말이다. 집 수리가 다 끝나고 보면 "그냥 돈을 좀 더 쓸걸"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마당이 그렇다. 바닥을 잘 정리하고 예쁜 디딤석을 사다 깔아 놓고 잔디를 심었으면 어땠을까?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집이 전체적으로 조화롭지 못한 이유는 콘셉트 없이 리모델링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콘셉트도 없으니 당연히 도면이 있을 리 없다. 모든 건 작은 메모와 내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이미지가 전부였다. "이런 느낌" 정도를 생각은 했지만 리모델링을 예쁘게 하려면 "이런 느낌" 정도로는 부족하다. 정확한 콘셉트의 디자인이 있어야 한다. 그리도 당연히 디자인에 대한 감각도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신은 나에게 뭐든 열심히 하는 "근성"은 주셨는데 디자인 "감각"은 주지 않으셨나 보다. 요즘은 개미의 삶보다 베짱이의 삶이 행복하다는데... 마당을 보니 아쉬움이 남는다.
흙더미만 쌓여 있는 마당을 보며 브라질의 코파카바나 해변을 떠 올렸다. 해변을 같이 뛰었던 소피는 잘 지내는지 모르겠다. "오-오겡끼데스까-" 러닝을 좋아하는 소피를 따라 코파카바나 해변을 뛰고 햄버거를 먹으러 갔었다. 주문하려는데 햄버거 세트가 만 원이어서 놀랐었다. 배낭여행자에게 한 끼에 만 원은 사치였던 시절이었다. 더 슬픈 건 바닷바람을 맞으며 러닝 좀 했더니 감기에 걸려 소파에서 끙끙 앓았던 기억이다.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바닥 타일이었다. 마치 파도가 넘실대는 듯한 느낌이었다. 포르투갈 리스본의 로사우광장도 마카오의 세나도 광장도 같은 패턴이지만 리우에서 느낀 그 감정은 아니었다. 아미 소피 때문인가 보다. "오-오겡끼데스까-" 돌아오는 건 메아리뿐이다.
철거할 때 마당을 꾸미려고 남겨 놓은 것들이 있다. 바닥의 콘크리트를 철거하고 나니 육각 보도블록이 나왔다. 아마 수십 년은 되어 보인다. 육각 타일과 넓직넓직해서 제법 쓸만해 이는 담벼락 일부를 남겨 놓았다.
주차장을 깔고 남은 보도블록 그렇게 세 종류를 적절히 조합하여 바닥에 깔았는데 자재가 부족했다. 대략 한 평 정도.
아주 잠시 보도블록을 살까도 생각했지만 모래도 좀 남아 있고 시멘트도 몇 포 남아 있어서 형틀을 짜고 보도블록을 만들기 시작했다. 하다 보니 할 줄 아는 건 없지만 그렇다고 못 하는 것도 없다. 대충 이렇게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하는데 역시나 대충 만든 결과물이 나온다. 쓰다 남은 투바이 각재로 형틀을 짰다. 그리고 모래와 시멘트를 5:1 비율로 섞어 형틀에 부었다.
뭔가 느낌이 부족한 것 같아. 철사를 구부려 물고기를 만들어 물고기 보도블록을 찍어냈다. 그렇게 대략 100장은 찍어 낸 것 같다.
바닥 작업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바닥 작업은 허리가 아프다. 욕실 바닥 타일도 바닥 장판 까는 것도 모든 바닥 작업은 허리가 이렇게 아픈가 보다.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다. 추우면 허리가 더 아프다던데 그래서 그런지 허리가 아프다. 암튼 아프다.
코파카바나에서 영감을 받아 화단을 물결치는 느낌으로 조적을 쌓아 올렸다. 그리고 뒤에 이어지는 담벼락도 파도처럼 높낮이를 주었다. 윗부분은 미장을 해서 곡선 형태로 하려고 했는데 아직까지 손을 놓고 있다.
대문을 열고 들어오면 화단부터 이어지는 곡선은 정면에 보이는 담벼락에서 끝나게 된다. 이렇게 상상하던 느낌은 아니지만 설명해 주면 "아- 그런 느낌이구나"라고 이해되는 설명이 필요한 담벼락이 되었다.
마치 마당은 짜깁기에 실패한 누더기 옷처럼 보인다. 다시 다 들어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래도 일단 마무리까지 정성을 다해 벽돌을 완성했다. 물고기 음각에는 흰색 페인트를 붓으로 일일이 채워 넣고 투명 매니큐어를 사다 덧발랐다. 시간이 지날수록 거무퇴퇴한 보도블록 위에서 하얀 물고기가 돋 보이리라는 기대를 안고.
철모르는 단풍나무는 곧 1월이 되어 가는데 이제서야 낙엽을 떨군다. "그래- 너라도 낭만을 잊지 말거라"
그렇게 누더기 같던 마당에 여름이 오고 겨울이 다시 찾아오니 세월의 멋이 생겼다. 마당이 있는 집이 참 좋다. 돌아오는 봄에는 화단을 새로 꾸며 볼 생각이다.
나는 목재로 형틀을 만들어 보도블록을 찍어 냈지만 이렇게 기성품으로도 형틀을 팔고 있으니 참고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