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초보의 좌충우돌 단독주택 셀프 리모델링 이야기)
* 요약
- 12평 단독주택 턴키 견적을 받아보니 5,700만 원부터다.
약 2년 만에 또다시 집 수리를 하게 되었다. 집 수리를 시작하기 전에 집안 상태를 확인할 겸 구석구석 뜯어보았다. 원래 인간은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뭔가를 부술 때 이상한 희열을 느낀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일탈(?) 같은 기분이랄까.
비가 억수로 오는 여름이었다. 신발이 젖을까 조심스럽게 걷게 된다. 마치 토끼처럼 고인물을 피해 깡충깡충!! 그러다 신발이 젖기라도 한다면 악!! 소리를 지르게 된다. 묘한 건 이때부터 두려움은 사라진다. 더 이상 비가 무섭지 않다. 이미 신발은 젖었기에 토끼처럼 촐삭대던 발걸음은 당당해지고 우산을 잡던 손에는 힘이 들어간다.
헌집이라는 것도 그런 것 같다. 어중간하게 손을 봐야 한다면 귀찮고 짜증이 날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통으로 갈아엎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다. 고맙다 헌집아-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 -
역시나 기대 이상으로 집안 상태는 좋지 않다. 확인 결과 이번에는 지붕 공사도 해야 하고 보강 공사도 필요다. 그래도 한번 해본 경험이 있으니 2달이면 되겠지라는 건방진 생각을 해본다. 만약 처음부터 이 공사는 6개월은 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시작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6개월은 길다. 너무나도 길다.
길어야 두 달 반!! 가보자!! 나의 이런 건방진 생각을 몇몇 생면부지의 호인들께서는 "실행력이 좋다" "추진력이 좋다"라고 칭찬해 주신다. 내 생각에는 정말 실행력이 좋거나 아니면 바보거나 둘 중 하나거나 둘다거나에 해당될 것 같다.
집 상태를 알았으니 견적을 받아보았다. 견적은 턴키 위주로 받았다. 대략 5,700만 원에서 8,000만 원 정도 견적이 나왔다. 음!! 예상은 했지만 2년 전에 비하면 많이 비싸졌다. 첫 번째 집은 15평 단독주택이 턴키 공사 4,500만 원부터였다. 그 당시에 비하면 자재 가격이 높게는 2배 차이가 난다. 그렇기에 높아졌을 거라 생각은 했지만 리모델링 견적이 집값 보다 비싸다.
집값보다 비싼 리모델링 비용은 솔직히 부담 간다. 그래서 빠르게 방향 전환을 하고 직영 공사 견적을 받아 보았다. 첫 번째 집 수리를 할 때에는 업체에서 오면 커피 한잔 드리면서 견적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바카스를 사다 놓았다. 그리고 친절하게 상담을 해주신 업체께는 바카스를 한 박스씩 선물로 드렸다. 또는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보내드렸다. 모든 업체에게 드리고 싶었지만 간혹 내 시간이 아까운 상담을 받을 때도 있었다. 나도 대충 일하는 걸 좋아하지만 업을 대충- 일하시는 분들도 많다.
철거 업체는 견적 250만 원부터 500만 원, 바닥 공사는 300만 원에서 400만 원, 기름보일러는 80만 원 전후, 지붕은 300만 원에서 500만 원 등등 정도의 견적이 나왔다.
첫 번째 집 그리고 두 번째 집의 리모델링 견적을 받으면서 느낀 부분이 있다. 업자들의 패턴이 비슷하다. 1) 성실히 상담해 주는 업체는 적고 2) 던져보듯 상담해 주는 업체는 많고 3) 입맛대로 유도하는 업체도 있다.
속된 말로 내게도 "눈탱이 맞던 시절"이 있었다. 그 과정을 지나 집 수리를 한번 하고 나니 나도 반은 업자가 되었다. 패턴이 읽히는 분들과는 즐거운 잡답을 하고 뒤끝 없는 작별을 고했다. 사요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