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초보의 좌충우돌 단독주택 셀프 리모델링 이야기)
* 요약
- 철거 업체 잘 만나야 한다. 단독주택 경험이 있고 대화를 통해 신뢰를 준 업체를 통해 280만 원에 철거를 진행했다.
턴기 공사 견적을 받아 보고 혀를 내둘렀다. "내둘- 내둘-"집값의 2배다. 리모델링 비용이 집값의 2배다. 빠르게 셀프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직영공사 견적을 몇 곳 받았다. 그중 가장 먼저 시작해야 할 철거 업체를 골랐다.
철거 업체를 고를 때 2가지를 보았다. 1) 단독주택 철거 경험이 있는 업체일 것 2) 내가 원하는 답을 줄 것 딱 2가지였다. 단독주택 철거 경험이 있는 업체는 의외로 많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답을 주는 업체도 드물었다.
내가 했던 질문은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내부를 철거할 수 있을까요?"였고 내가 원하는 대답은 "할 수 있다"였다. 어떻게 할 수 있는지는 전문가인 철거 업체에서 나에게 설명을 해주면 된다.
몇몇 업체는 완전 철거를 하자고 했다. 완전 철거를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에 대한 설명을 해주면 되는데 완파를 권유했던 모든 업체가 그 이유를 잘 설명해 주지 못했다. 당연히 그 업체들은 탈락이다. 업자들 입맛에 맞춰줄 생각은 없다. 그리고 이런류의 업자들을 싫어하는 편이라 일을 맡기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많은 업체들을 만나다 보니 나에게도 편견이 생겼다. 안 좋은 편견인지 좋은 편견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 많은 업체와 업자 입맛대로 공사를 진행하려는 업체는 무조건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할 수 있다는 업체 중에서 단독주택을 철거했던 경험이 있는 업체와 철거를 진행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잘 한 선택이 되었다.
이 업체의 철거비용이 저렴했었다. 그래서 살짝 의심을 하기도 했는데 업체 사장과의 대화에서 신뢰가 갔다. 철거는 폐기물의 부피에 따라 견적이 달라진다. 심지어 견적이 500만 원 나온 업체도 있는데 이 업체는 280만 원이었다.
그런데 철거하는 모습을 지켜보니 가격이 저렴했던 부분이 이해가 되었다. 철거 경험이 두 번밖에 없다 보니 통계를 낼 수는 없었지만 첫 번째 업체는 분류와 정리 없이 실어갔다. 따로 폐기물을 분류하는 공간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업체는 폐기물을 분류해서 차곡차곡 실어갔다.
옛날 집이다 보니 바닥이 독특했다. 옛날 집은 바닥 기초를 어떻게 잡았는지 모르겠지만 이 집 바닥을 까다 보니 방바닥 아래에서 콘크리트 블록이 나왔다. 봉을 집어넣어 보니 30센티 이상은 들어가는 것 같다. 일부 구간에서는 구들장이 나왔다.
그러니까 아마 이 집도 세월이 지나면서 바닥 난방을 여러 번 교체했던 것 같다. 엑셀도 두 겹으로 깔려 있다. 철거를 하면서 업체 사장과 이야기해서 바닥은 한 겹만 철거하였다. 바닥에 타설 된 모르타르도 벽체를 잡아 주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줄기초나 매트 기초를 튼튼히 했다 라면 바닥을 더 파낼 수도 있겠지만 옛날 건물이다 보니 최대한 조심조심하면서 철거를 진행했다. 추가적으로 서포트로 대들보를 지지하면서 안전하게 벽의 일부도 철거했다. 벽 하나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었고 개방감 있도록 문 자리를 최대한 크게 파내는 정도의 철거였다.
아침 7시부터 시작해서 오후 4시에 철거가 끝났다. 깔끔하게!! 철거할 때에는 버릴 건 다 버리고 철거할 부분은 과감하게 철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후에 불필요한 작업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남길 것이 있다면 미리 다른 곳에 빼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신없는 공사 현장에서 휩쓸려 나갈 수 있다.
철거를 하고 나면 찌든 때를 벗겨낸 것처럼 마음이 시원하다. 업체가 간 뒤 바닥에 철퍼덕 앉아 밖을 내다보았다. 하늘은 왜 이리 맑은지 "달팽이를 타고 떠난 산 안드레스 여행"이 떠오른다. 산 안드레스는 니카라과 옆에 있는 콜롬비아의 섬이다. 카리브해에 있는 섬이라 어느 바다를 보아도 푸르고 맑다. 푸른 바다를 보고 있으면 이곳에서라면 해적의 삶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바사호*를 타고 캐리비안을 누비고 싶지만 덜덜거리는 달팽이를 타고 섬의 곳곳을 여행했었다. 그렇게 잠시 시원한 생각을 하고 나니 이 집을 사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북쪽을 바라보고 있는 이 집은 빛이 덜 들어오는 대신 사색하게 만드는 장점이 있다.
인생에는 수 없는 기회들이 스쳐 지나간다. 대부분의 기회는 기회인 줄도 모르고 지나치게 된다. 지나고 보면 "아!! 기회를 놓쳤구나"라며 무릎을 탁!! 치곤한다. 기회라고 생각되면 놓치지 마라. 설령 잡았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이 아닐지라도 후회하지 마라. 그것이 또 다른 기회다. - 피스.
* 아!! 참고로 바사호는 스웨덴 스톡홀름의 유르고덴섬에 있는 바사 뮤지엄에 전시된 배 이름이다. 333년 동안 바닷속에 있던 배를 인양해 복원을 통해 전시 놓았는데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던지라 이런 배라면 해적의 삶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잠시 했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