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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시아의상인 Mar 10. 2022

셀프 지붕공사는 장담하는데 미친 짓이다. 285만원.

(생초보의 좌충우돌 단독주택 셀프 리모델링 이야기)

* 요약

- 셀프 지붕 공사는 미친 짓에 가깝다. 3주 동안 지붕에서 살았다. 공사 비용은 285만 원이다.


붉은 태양이 정수리를 꼿던 여름 3주 동안 지붕 공사를 셀프로 진행하였다. 해보니 셀프 지붕 공사는 혼잔 불가능하고 둘은 힘들고 셋이면 그나마 할 만하다.

단독주택 셀프 인테리어 - 지붕 공사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한 치 앞도 모두 몰라 다 안다면 재미없지-" 군대 가기 전 호텔 보이로 알바를 한 적 있다. 지하에는 시끌벅적한 중년 나이트클럽이 있었다. 하루는 국환이 형이 공연을 왔다. 형이라고 하기에는 나이가 좀 있나(?) 여하튼 신나게 몇 곡 불어 재낀 형님은 술이 취해 로비로 올라왔다. 갈지자로 걷길래 형님의 오른쪽 겨드랑이를 파고들었다. 부축해 객실로 올라가는데,


"이봐 보이 친구!! 맨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지?"

"네?!.."

"인생 자체는 뿌라스야 마이너스가 아니라고.. 인간의 출발은 뿌라스라고 근데 지 인생을 마이너스로 만드는 새끼들이 있어.. 개.. 새끼들.."

"네?.. 그 그런가요?"

"그런가요가 아니라 그래-"

"아..네.."

"이봐 보이 친구!! 자네는 인생을 뿌라스로 만들라고"


다음날 반갑게 아침 인사라도 건네고 싶었지만 새벽에 귀신같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해 가을 나는 해병대에 자원입대하게 되었다.

단독주택 셀프 인테리어 - 지붕 공사

남들도 나를 잘 모르지만 나도 나를 잘 모를 때가 있다. 무슨 용기와 배짱으로 지붕 공사를 셀프로 했을까? 지금도 미스터리지만 대체적으로 내 삶이 그래왔다.

단독주택 셀프 인테리어 - 지붕 공사
단독주택 셀프 인테리어 - 지붕 공사

-"자 지붕 공사를 시작해 보자"-

슬레이트 지붕을 철거하고 보니 앙상한 서까래들이 나왔다. 벽체 구조 보강을 하면서 서까래까지 보강을 했다. 인터넷에 목조주택 지붕 구조를 검색했다. 그리고는 그 형태를 흉내 냈다. 다행히 지붕 면적이 넓지 않아서 방법적인 부분에서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다만, 처음 하는 공사다 보니 노동이 힘들었다.

단독주택 셀프 인테리어 - 지붕 공사

목재의 결합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일반적인 것이 못과 피스다. 나의 경우 못으로 고정을 하고 피스로 결합력을 높였다. 그런데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이걸로도 버틸 것 같지만 뭔가 더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단독주택 셀프 인테리어 - 지붕 공사 허리케인 타이
단독주택 셀프 인테리어 - 지붕 공사 허리케인 타이

이미 못과 피스 작업은 해 놓은 상태에서 뭔가 더 있을 것 같다는 느낌에 밤새 검색을 해보았다. 드디어 뭔가를 찾았다. "연결 철물"이라는 것이 나왔다. 다양한 형태의 철물을 이용해 목재들을 고정하는 부자재다. 무엇이 정확한 용어인지는 모르겠지만 "허리케인 타이"라고도 불리는 것 같다. 다음날 거래하는 목재소에 연락을 해도 없다 하고 근거리까지 전화를 돌려도 없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서까래에 주로 쓰이는 연결 철물로 넉넉히 100개!! 개당 가격은 600원이다. 연결철물이 결합되는 모든 곳은 끼워 넣고 피스로 고정하였다. 그리고 나니 마음이 좀 놓였다. 흔들어 보니 확실히 더 견고해졌다.

단독주택 셀프 인테리어 - 지붕 공사 도면


단독주택 셀프 인테리어 - 지붕 공사

목재를 못과 피스로 고정하고 연결 철물까지 시공을 해 놓았다. 그런데 아직 끝내지 못한 일이 있다. 집 밖으로 튀어나온 서까래의 길이를 정리하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집을 지을 때 지붕은 직사각이나 사각형이다. 그렇기에 길이에 맞춰 서까래를 재단해서 올려 고정하면 된다. 뒤따라오는 불편한 후 공정들이 없다.


하지만 이 집은 평면도를 보면 물고기 형태이고 옆집과의 경계들이 있기에 직사각 지붕을 올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렇다 보니 집 모양에 맞춰 처마를 만들어야 하는데 지붕 작업을 어떻게 하는지 몰랐기에 고민을 하고 있었다. 처마길이도 알맞은 규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대지 경계선을 고려해 30센티에서 50센티 정도로 뺐다. 이것도 나름 생각한다고 한 것이다.

단독주택 셀프 인테리어 - 지붕 공사 밤

어느새 밤이 되었다. 태양은 지고 조명이 하나둘씩 도시의 그림자를 지워나갔다. 며칠 동안 비도 오고 날도 덥었다. 지붕 없이 공사하는 것이 곤욕이었는데 이렇게 도시를 내려다보니 분주했던 며칠이 마치 먼 기억 같다.

단독주택 셀프 인테리어 - 지붕 공사 합판 시공
단독주택 셀프 인테리어 - 지붕 공사 합판 시공

OSB 합판을 주문해서 서까래 위에 시공하였다. 프로가 작업하였다면 이미 서까래 간격은 OSB 크기에 딱 맞추어져 있었을 것이다. 바로 올려서 시공을 하면 됐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마추어가 아닌가. 아!! 아마추어도 못 된다. 처음이니까. 생초보구나.


서까래의 간격을 맞춘다고 맞췄는데 역시나 제대로 맞는 놈들이 없다. 하루 이틀 만에 익혀질 기술이었다면 괜히 목수 인건비가 30만 원이 넘지 않았을 것이다. 삐뚤빼뚤한 서까래 위에 OSB 합판을 올리기 위해 우선 한 장을 올려서 이리 재보고 저리 재봤다. 시작점을 찾아 먹줄을 띄웠다. 시작점을 찾았으니 반은 한 거다. 한 장 한 장 올려가며 피스로 고정해 나갔다.

단독주택 셀프 인테리어 - 지붕 공사
단독주택 셀프 인테리어 - 지붕 공사

어느 날은 혼자 작업을 해 보았는데 와.. 30도가 넘는 뙤약볕에서 혼자 자재 올리고 떨어지지 않게 한 손으로는 잡고 있고 입에는 피스를 물고 전동 드라이버로 고정을 해 나가는데.. 이거 혼자 할 일은 아니다. 피스로 고정을 한 뒤 처마 길이에 맞춰 OSB 합판을 재단해주었다. 처마 끝 작업이다 보니 자세가 잘 나오지 않아 짜증 났던 작업이다.


비도 오고하다 보니 지붕 공사는 대략 3주 정도 했는데 지금까지 해 본 셀프 리모델링 중에서 가장!! 힘들고!! 짜증 나고!! 덥고!! 미칠 것 같았던 공사다. 그리고 지면이 아닌 지붕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줄 미처 몰랐었다. 다행히 지붕 공사는 동생이라 아는 형님이 많이 도와주셔서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단독주택 셀프 인테리어 - 지붕 공사
단독주택 셀프 인테리어 - 지붕 공사

요즘 비가 오다 안 오다 해서 마음이 초초하다. 자다가 빗소리라도 들리면 뭐 젖을 거 없나 걱정부터 된다. 그래서 지난밤 방수포와 비닐로 지붕을 덮어 놓았다.

단독주택 셀프 인테리어 - 지붕 공사
단독주택 셀프 인테리어 - 지붕 공사

오늘은 방수시트 작업을 하는 날이다. 한쪽 면이 끈끈이로 되어 있어 혼자서는 작업이 불가능하다. 양쪽에서 붙잡고 시공해야 하는데 오늘은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 어젯밤 첫 번째 집 수리할 때 많이 도와주셨던 형님에게 전화를 드렸었다. 하필이면 오늘 가족끼리 물놀이하러 간다고 한다. 내가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으니 그럼 아침 7시에 작업을 도와줄 수 있다고 했다.

단독주택 셀프 인테리어 - 지붕 공사 방수시트

아침 7시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방수시트 작업은 아래에서 위로 작업을 해주면 된다. 접착력이 아주 뛰어나지는 않지만 한번 붙여놓으면 떼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한 번에 착!! 하고 시공을 해야 좋다. 그렇게 해서 용마루를 가장 마지막에 시공해 주면 된다. 지붕 작업 중 가장 쉽고 재밌었던 작업이다.


다음 공사는 단열재 시공이다. 힘들긴 하지만 쉬엄쉬엄 혼자 해 볼 만한 작업이다. 그런데 동생 친구들이 도와주러 왔다.

단독주택 셀프 인테리어 - 지붕 공사 단열
단독주택 셀프 인테리어 - 지붕 공사 단열

첫 번째 집은 주로 아이소핑크로 작업을 했었다. 비드법2종 3호에 비하면 가격 차이가 두 배다. 그만큼 단열 효과가 좋기로 소문나 있는 단열재다. 이번에 사용한 비드법 2종 3호도 업계에서는 잘 알려진 단열재다. 단열 효과도 좋다고 해서 이번 집 수리는 비드법2종 3호 단열재를 선택해 보았다. 비교도 해 볼 겸 궁금했다.


방수시트를 작업한 후 방수시트 위에 먹선을 미리 띄어 놓았다. 이유는 단열재를 고정할 위치를 파악하기 위함이다. 단열재를 올리고 투 마이 각재를 단열재 위에 올려 피스로 서까래에 고정했다. 각재는 2.8센티, 단열재는 5센티, OSB 합판은 1.1센티다. 총 두께가 8.9센티다. 최소 13센티 피스로 작업을 진행했다. 역시나 생초보답게 먹선을 띄워 놓았어도 서까래를 비켜 고정되는 것들이 있었다. 뭐- 이제는 이런 실수쯤은 대수롭지도 않다. 그리고 비드법 2종 3호 단열재 사이는 단열 테이프로 시공해 주었다. 단열은 기밀이 중요하니까!!

단독주택 셀프 인테리어 - 지붕 공사 보온재
단독주택 셀프 인테리어 - 지붕 공사 칼라강판

단열까지 끝냈다면 지붕재로 마감을 하면 된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한 여름 뜨거운 태양 아래, 양철 지붕 속 단열재가 변형 없이 버틸 수 있을까? 의심이 됐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보온재다. 보통 비닐하우스 보온재로 많이 사용된다. 그리고 시골집들 지붕 리모델링 할 때 단열재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 보온재도 종류가 몇 가지 있다. 두께와 밀도에 따라 가격이 다른데 내가 구매한 제품은 중급에 해당된다. 칼라 강판을 시공하기 전에 시공해 주었다.

단독주택 셀프 인테리어 - 지붕 공사 칼라 강판

지붕 자재로 무엇을 할지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이 집은 칼라강판과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었다. 아스팔트슁글도 잠깐 생각했었는데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아스팔트슁글이 내구성과 누수에 좀 더 약했던 것 같다. 원래 색상은 녹색이나 주황색이었는데 윗집 아저씨가 밝은 색으로 하면 본인 집에서 눈이 부시니까 어두운 색상으로 해달라고 했다(?!!) 남의 집 지붕 색상까지 간섭은 좀... 황당했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회색으로 주문했다.

단독주택 셀프 인테리어 - 지붕 공사 망치질
단독주택 셀프 인테리어 - 지붕 공사
단독주택 셀프 인테리어 - 지붕 공사
단독주택 셀프 인테리어 - 지붕 공사

칼라강판(골 함석) 지붕은 폭은 정해져 있지만 길이는 최대 4미터까지 주문 제작이 가능하다. 프로라면 딱 맞춰 주문해서 불필요한 작업을 없게 하겠지만 나는 생초보니까 길이를 조금 더 넉넉하게 주문해서 자르는 방식으로 시공하였다.


시공은 지붕골을 두 골 정도 겹쳐서 못을 박거나 방수 피스로 시공하면 된다. 나는 못을 선택했는데 이유는 시공이 편리해서다. 지붕에서 작업을 하다 보니 자세 잡는 게 쉽지가 않았다. 항상 기울어진 경사면에서 작업을 하다 보니 불편한 자세로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피스의 경우 전동 드라이버와 손을 수평으로 작업을 해야 시공이 편한 반면 못은 내 자세가 어떻든 망치로 못 머리만 칠 수 있으면 된다. 망치로 못 머리를 툭 쳐서 자국은 낸 뒤 쾅쾅쾅 하면 끝이다. 못은 몇 개를 막아야 하는지 몰라 옆집 지붕을 보고 그것보다는 좀 더 촘촘하게 시공했다. 처마 쪽은 바람에 들릴 수 있기에 좀 더 촘촘하게 시공하였다.


지붕을 좀 더 길게 주문해서 잘랐다고 하는데 지붕 자르는 것도 고생을 좀 했다. 업자들이 사용하는 독일제 함석가위를 사다 해보았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직쏘로도 작업을 해 보았는데 지붕이 너무 덜덜 떨려서 힘들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널리 사용하는 그라인더를 사용했는데 가장 편리했다. 다만 절단석이 쉽게 마모된다.

단독주택 셀프 인테리어 - 지붕 공사
단독주택 셀프 인테리어 - 지붕 공사

지붕 공사는 정말 쉽지 않다. 이제 처마 작업이다. 처마 아랫부분은 여러 자재로 마감을 한다. 함석, 리빙보드, 합판 등등 나는 합판으로 하였는데 그 이유는 처마 아랫부분의 모양이 가관이기 때문이다. 합판이 가장 시공하기 편할 것 같아 합판으로 선택했다.

단독주택 셀프 인테리어 - 지붕 공사
단독주택 셀프 인테리어 - 지붕 공사 물빋이 작업
단독주택 셀프 인테리어 - 지붕 공사 완성

지붕 작업은 끝이 없다. 작업이 많아도 너무 많다. 지붕에서 작업을 하거나 사다리 타고 작업을 해야 해서 피곤은 두 배다. 누차 말하지만 제일 짜증 나는 작업이었다. 지붕을 올리고 처마 아래까지 작업을 끝냈다면 이제는 후레싱으로 옆면을 마감하고 벽면으로 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물끊기 작업을 해줘야 한다. 그리고 물받이 작업을 하면 된다. 외벽에 페인트칠 할 때 처마 아래쪽 합판 마감은 페인트칠을 해줬다.


서까래용 목재를 제외하고 지붕 공사 비용은 약 285만 원이 들었다. 만약 업체에 맡겼더라면 이렇게 작업을 해주지도 않았을 뿐더러 400만 원 전후의 공사비가 들었을 것이다. 만약 누군가 나처럼 "셀프로 지붕공사 어때요?"라고 물어 온다면 "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할 것 같다. 셀프 리모델링에 관심이 많다거나 이런 일에서 재미를 느끼시는 분이 아니라면 아주 힘든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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