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신을 믿었다. 사주를 믿었고, 타로를 믿었으며 별자리 운세를 믿었다. 전생도 믿었고, 운명도 믿었다. 데자뷰를 자주 겪었고, 그것들은 꿈속에서 미리 경험한 것이었다.
나는 너와 사귄 후, 매일 가위에 눌렸다. 귀신의 얼굴이 나온 것도 아니고, 귀신이 내게 말을 건 것도 아니었다. 그저 몸을 움직일 수 없었고, 소리쳐도 목소리가 나지 않았으며 가끔 검은 형체가 천장에 보였다.
너와 헤어진 날 밤, 가위에 눌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동안 가위에 눌린 것이 네 탓이냐 묻고 싶어질 것이다. 추측하건대 너는 남을 가위에 눌려 고통받게 할 정도로 나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살면서 악몽 한 번 안 꿀 정도로 착한 사람이었다(내가 본 바로는).
결국 가위의 원인은 내게 있었다. 나는 널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백했다. 연애를 했고, 이별을 통보했다. 그 모든 과정에서 나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하루에도 몇 번씩 스스로에게 널 좋아하냐고 질문했다. 답을 알 것 같은데 답이 두려워 파고들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듯 웃으면서 사랑한다고 말할수록 더 깊게 빠지는 것 같았다. 나는 그것이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너와 날 망칠 구덩이라고 짐작했다.
그래서 가위에 눌렸을 것이다. 너를 괴롭히지 말라고 세상이 날 짓눌렀다. 나는 밤마다 꼼짝 못 한 채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 소리를 질렀다. 네게 이별을 말하기 전 날 밤에도 가위에 눌려 울었다. 천장에 보이는 검은 형체가 무서워 눈을 세게 감았다. 감은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돼서도 오랫동안 그렇게 누워있었다. 몇 시간 후, 너와 헤어졌다.
누군가가 널 지켜주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널 해한 사람이어서 나여서 말하지 못했다. 신호등 건너편에 네가 보여서 길을 돌아가야 했던 날, 나는 또 가위에 눌렸다. 오랜만이었다. 눈을 꼭 감은 채 날 가위에 눌리게 하는 것이 널 지키려 하는 존재가 아니라 내 무의식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내 미안함과 죄책감과 후회. 나도 내가 나쁘다는 걸 알았다. 내가 제일 잘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