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은 여름④ 잘 죽는 것!

어느 봄날, 나는 시체를 보러 갔다.

by 찐인구

어느 봄날, 나는 시체를 보러 갔다.


2015년 4월, 강원도 원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실은 스산했고 추웠다.

봄 같지 않았다.


“부검은 죽은 자의 정확한 사망원인과 사망종류인 사인(死因)을 밝히기 위해 실시하는 사후 검진, 즉 해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부검 과정에서 시체가 훼손되며 법적 규제를 받습니다. 부검은 목적에 따라 계통 부검, 병리 부검, 행정 부검, 사법 부검으로 나뉩니다.”


법의관은 자신을 ‘죽음의 얽힌 억울함을 풀어주는 사람’이라고 소개했고 이어질 부검에 대한 개념 설명도 정확하게 이어갔다.


내가 간 날은 시체 2구가 기다리고 있었다.


“둘 다 남성으로 익사와 변사체입니다. 무엇보다 사체 상태가 양호한 편입니다. 개인에 따라 힘들 수 있다는 점 숙지하시고 밖에서 참관하실 분들은 조용히 나가서 모니터로 참관하시면 됩니다. 시작하겠습니다.”


차가운 부검 테이블 위에 하얀 천으로 덮인 사체에 대한 설명이 끝나자 부검실은 바쁘게 돌아갔다.

부검실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던 것과 달리 밝고 환했다.





2014년 3월 1일, 수원연화장 '웰다잉 투어'. 유서를 쓰고 삼베 수의를 입고 길이 195cm, 넓이 55cm 관에 누워보는 입관체험을 했다.





첫 번째 시체는 익사자였다.


바다에서 발견돼 사인이 익사로 추정됐다. 하얀 천을 걷어내고 시체의 비닐을 뜯어낸 다음 부검테이블 옆에 사다리 놓고 올라 시체 곳곳을 사진부터 촬영했다. 법의관 한 명과 법의조사관 두 명이 한 조를 이뤄 부검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메스로 턱 끝부터 가슴까지 일자로 절개하다 가슴부터 복부까지 Y자로 갈랐다.

다음 심장, 간, 폐, 위 등 중요 장기를 차례대로 꺼내 살폈다. 검사를 위해 장기 중 최소량을 적출해 유리병에 따로 보관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법의관과 조사관들의 손놀림은 조심스럽고 재빨랐다. 빈틈이 없었다. 그 누구의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오직 망자의 소리 없는 아우성만 울리는 것 같았다.


법의관은 위장 안의 내용물을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위 안에 내용물에 따라 사인이 달라진다고 했다. 사망 전 먹은 음식물 확인은 필수였다. 만약 위에서 플랑크톤이 발견된다면 사인은 쉽게 밝혀진다고 했고 혈관이나 장기에 플랑크톤이 얼마나 퍼졌는지 그 양을 보고도 익사 여부를 확인할 수도 있다고 했다. 사체가 바다에서 발견됐지만 죽은 뒤 바다에 버려진 경우의 수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바다에서 발견된 남자는 어떤 삶은 살았기에 죽은 후에 사인을 찾아 나서야 했을까?


이어 법의관은 얇은 메스로 남성의 목을 조심히 갈랐다. 모래 존재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얼마 후 법의관은 사인의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성대 안 모래를 참관자들에게 보여주었다.




다음은 머리 차례였다.


조사관이 부검실 한쪽 벽면에 수도꼭지, 각종 부검에 필요한 각종 메스 등 장비가 구비된 스테인리스로 된 부검대에서 제법 큰 톱을 챙겨 왔다. ‘설마 그럴 리야 없겠지?’ 하는 순간 톱은 두개골을 가르는데 쓰였다.


두피를 벗기고 톱으로 두개골을 쪼개 뇌를 꺼냈다.

톱으로 두개골을 잘라낼 때 뼈 갈리는 드르륵드르륵.

불편하고 끔찍한 소리에서 끝이 아니었다.


바다에서 발견된 남자의 두개골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건장한 성인 남성 둘이 사체의 두개골을 잡고 뜯어냈다.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장면이었다.

20여 명의 참관자들 중 대다수가 손으로 눈을 가렸고 부검대에서 멀어졌다.


사진과 영상으로만 봤던 인간의 뇌는 작고 연약했다.

평균 1.5킬로그램 정도의 무게.

두부 정도의 말랑함.

회백색의 호두 같은 모양.


사실상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으로 배웠고, 그리 알고 살아왔다.

막상 부검실에서 처음으로 본 인간의 뇌는 우리 몸에서 정말 연약한 부위가 아닐 수 없었다.

법의관은 아기 다루듯 양손을 넣어 조심스럽게 뇌를 들어냈다. 그리고 칼로 단면을 잘라냈다.




두 번째 시체는 변사자였다.


집에서 발견된 자였다. 가장 사적이고 따뜻하고 안온한 곳이어야 할 집에서.


4월 봄 하얀 천에 덮인 시체는 시취(시신에서 나는 냄새)가 심했다. 관계자들이 천을 걷고 비닐을 벗기면서 콧구멍 등에서 구더기가 보이지 않는 것 봐선 사망한 지 일주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되며 상태가 아주 양호한 편이라고 설명하자마자 많은 이들이 헛기침을 했다. 누군가는 헛구역질을 하며 밖으로 뛰쳐나갔다.


관계자들은 부패가 심한 변사자의 경우 사체 입속에서도 구더기들이 바글바글 거리고 배를 가르면 온통 구더기와 기생충들로 가득한 경우도 있고 시취가 심한 경우 옷에 배여 바로 샤워를 한다고 했다. 더 심한 것은 머리카락에 밴 사체 냄새가 통 가시질 않아 종일 역한 시취와 공존해야 하는 날도 있다고 했다.


집에서 죽은 자는 말이 없었다.

하지만 시체는 시취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2015년 4월 어느 봄날, 부검이 모두 끝났다.


부검실은 적출했던 장기들을 다시 몸속으로 넣고 큰 바늘로 꿰매는 후반 작업이 한창이었다. 뇌도 다시 두개골 안으로 넣고 듬성듬성 꿰매어 머리 모양의 원상태로 만들어 놓았다. 배 한가운데에 선명한 실밥 자국이 남은 시신은 다시 흰 천으로 덮여 부검실을 빠져나갔다.


우리는 바다에서, 집에서 발견됐다는 두 명의 남자가 다시 가족들 품으로 돌아가 장례식을 치렀는지 아무도 모른다. 단지, 죽음의 진실을 찾기 위해 묵묵히 시신을 부검하는 법의관과 시체는 우리가 모르는 대화를 하고 있는 듯 보였다. 죽은 자는 죽은 몸으로 자신의 죽음을 말하고 있었고, 산 자는 오감으로 사인을 밝히기 위해 봄에도 겨울을 살고 있었다.


죽음이 삶을 호출하고, 삶이 죽음을 호출하는 장면을 관람한 후 나는 다시 사건기자의 일상으로 복귀했다. 나의 일상은 여전히 바빴고 견고했다. A4 종이 몇 장 안에 육하원칙에 따라 타인의 삶과 죽음이 기승전결, 각종 사건·사고 형식의 보도자료 메일이 매일 내 앞에 도착해 있었다.


이상하게 원주에서 봄날의 한기를 느낀 이후, 사건 메일을 열어 볼 때마다 바다에서 발견된 남자의 뇌가 떠올랐다. 그리고 따뜻한 봄날에 발견된 남자의 시취가 잊혀지지 않았다.





10년 전, 원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교육의 추억이

갑자기 그것도 2025년 6월 초여름, 장마를 앞두고 소환된 것일까?


인생의 가장 찬란한 순간 불쑥 끼어든 불행이라고까지는 말 못 해도

기다렸다는 듯이 찾아온 불면증 때문일까.

삶의 의미란 흔하디 흔한 질문 때문일까.


작고 까만 개미도 자신의 자리가 있다.

다른 방울토마토 보다 유독 달디 단 방울토마토가 있다.

흔들림이 자주 느껴지는 요즘이다.


피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현실은 여전히 나와 무관하게 유려하게 존재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될 때까지 반복하는 것이

나의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그래서 되던 안 되던 내가 무언가를 시도하고 있을 때

나는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이며

최소한 그 행위에 있어서는 내가 주도권을 가지게 된다는 사실이다.


나는 아주 잘 자다 죽고 싶다.

엄마 대표 레퍼토리 중 하나가 바로 “자다 죽는 노인네들이 최고 부러워.”다.

이제는 엄마의 바람이 나의 바람이기도 하다.


창밖은 여름, 아직 삼복더위 전이라 잠자기 딱 좋은 계절이다.

나는 아직 잠 대신 바다에서 죽은 자와 집에서 죽은 자를 소환한다.


삼국지의 ‘조조’까지 불러본다.


죽음은 서늘한 여름과 같다.

과거에도 사람들이 나를 오해했고,

현재도 사람들이 나를 잘못 알고 있고,

미래에도 사람들이 아마 나를 잘못 알고 있겠지만,

나는 그것이 두렵지 않다.




6월 25일은 내 생일이다.

귀빠진 하루 전 날,

불면증을 이유로

이렇게 치열하게 원고마감을 하는

나라는 인간도 참 못 말린다.


곧 머지않아

조조처럼 나를 오해하고,

나를 잘못 아는 사람들이 두렵지 않은

나만의 계절이 오겠지.

또 나만의 자리가 생기겠지.


창밖은 여름, 죽기엔 너무 아까운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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