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사내 교육으로 초빙된 김현정 교수님의 코칭 특강을 들었다. 팀원들에게 적절한 피드백을 주고 팀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 고민하고 있던 차였다.
강연 내용 중 EBS 지식채널e에서 방송한 「직원을 무능하게 만드는 방법」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아무리 일을 잘하는 직원이라도 상사로부터 일을 못한다는 의심을 받는 순간 실제로 무능해져버린다’는 필패 신드롬(set up to fail syndrome) 이야기였다. 확증적 편향(그럴 줄 알았지)과 자기 충족 예언(내가 뭐랬어)에 빠진 상사의 밑에서는 어떤 직원도 유능해질 수 없다.
-지식채널e의 내용은 이곳에 잘 정리되어 있다 https://blog.naver.com/wcareer/222076597403
흔히 ‘일못’이라고 불리던 동료, 후배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호되게’ 혼이 나고 얼굴이 점점 어두워져가던 사람들. 문제 개선이 안 되고 반복되다가 결국 큰 상처를 안고 사라졌던 사람들. 저렇게까지 화를 낼 일인가에서 화가 날 만하네,로 쉽게 결론을 내렸던 과거의 내가 많이 부끄럽다. 일을 잘하는 것만이 관계를 좋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타깃이 된 후배에게 어떻게 하면 업무를 빨리 잘하게 할까에만 초점을 맞췄었다. 조직에 또라이는 있는 법이니까,하며 당하는 사람의 불행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던가.
질의응답 시간에 ‘부정적 피드백만 주는 상사와의 관계 개선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이 있었다. 교수님이 대답했다.
“내가 먼저 좋은 이야기를 해주세요. 앞선 세대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아보지 못했고 자신이 받았던 방식으로 행동할 거예요. 못된 게 아니라 못 배운 거예요. 당신이 좋은 피드백을 주면 당신에게서 배울 거예요.”
이 말은 어쩌면 조직에서뿐 아니라 인간관계의 보편적 법칙이 아닐까. 내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되어주는 선의를 잊지 말자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말이었다.
강의의 결론은 ‘행동 개선’을 중심에 두지 말고 ‘관계 개선’을 하자는 것이었다. 사람은 내가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할 때 실제로 해낸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욕구를 이끌어내는 것, 직원의 성장 가능성을 믿어주는 것, 심리적 안정감(나는 말할 뿐이고, 채택은 팀원들이 한다. 책임은 리더가 진다. 잘 안 되면 다시 하면 된다)을 느끼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읽은 책 중에 모빌스그룹의 『프리워커스』가 있다. 그들에게 무슨 매력이 있어서 왜 이렇게 열광할까 궁금하던 차에 책을 펼치니 ‘일’이 너무 좋아서 오래오래 재미있게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와르르 쏟아졌다. 조직은 일을 잘하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양을 무리해서 해내도록 하는데 내게 맞는 속도와 방식으로 일할 순 없는 것인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데 절을 바꿀 순 없는지 도전해본 사람들의 이야기. 절을 바꾸는 데 실패했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성취감으로, 포기하지 않고 일에 대한 고민을 끝까지 밀어붙여본 결과 지금의 ‘일하는 방식을 실험하는 크리에이티브 그룹’이 되었다.
조직에서 답을 못 찾고 퇴사를 해야 했던,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팀원들을 모아 멋진 팀을 이룬 모빌스그룹. ‘무엇이든 해도 된다’는 자유가 주어졌을 때 나올 수 있는 결과의 최대치가 이 팀이 아닐까. 관성적으로 시도를 어렵게 만들고 위계질서로 굳어 있는 조직에서는 결코 보기 어려운 팀워크는 그저 주어진 배치가 아니라 스스로 마음 맞는 사람들을 찾아낸 결과였다.
모빌스그룹은 팀 내에서 모두가 잘하는 만능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그 일을 하면 된다. 누가 누굴 이끌어가는 게 팀워크가 아니라는 것, 혼자 힘들어하지 말고 함께 나누면 된다. 물론 일을 바라보는 관점이 비슷해질 때까지, 서로의 피드백을 신뢰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말이다.
좀 더 긍정적인 언어로 확신을 줄 수 있는 팀장이 되어야지.
팀원을 믿고 팀원에게 의지할 줄도 아는 팀장이 되어야지.
서로 솔직한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지.
우리 각자의 삶에서 가치 있었던 시절로 남을 수 있도록 즐거운 팀이 되어야지.
함께 하고 싶은 것이 이렇게나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