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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둘인데, 그쪽도 둘?" 섬망환자

그날, 병실은 나이트클럽이 되었다.

by 별빛간호사

호스피스 병동에서 근무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순간을 맞이하곤 한다. 가끔은 슬프고, 가끔은 따뜻하며, 때로는 웃음이 터지는 순간도 있다.

그날도 그랬다.

환자분께 확인할 것이 있어 병실로 들어섰는데, 순간 걸음을 멈췄다. 침대가 비어 있었다. 평소라면 누워 계셔야 할 분이 보이지 않았다. 당황한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때였다.

옆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고개를 돌리니, 환자분이 우뚝 서 계셨다. 다리를 까딱거리며 묘한 몸짓을 하고 계셨다. 나는 놀라서 물었다.

"ㅇㅇㅇ님, 뭐 하세요?"

환자분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피식 웃었다. 최근 컨디션이 좋지 않아 계속 침대에 누워 계셨던 터라, 힘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과 달리 단단히 서 계셨다. 혹시 지남력(시간, 장소, 사람을 인지하는 능력)이 저하된 건 아닐까 싶어 조심스레 다시 여쭤봤다.

"ㅇㅇㅇ님, 여기가 어디인지 아세요?"

환자분은 망설임 없이 당당하게 대답하셨다.

"나이트클럽."

그 순간, 나는 얼어붙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환자분은 손가락으로 브이(V)를 그리며 한마디 더 덧붙이셨다.

"우리 둘인데, 그쪽도 둘?"

그 말을 듣자마자 웃음이 터졌다. 배를 잡고 한참을 웃었다.

사실 환자분은 모르핀 등의 약물로 인해 ‘섬망’ 증상을 겪고 계셨다.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종종 볼 수 있는 일이지만, 이렇게 유쾌한 방식으로 나타나는 건 처음이었다.

나는 웃음을 참고 침착하게 말씀드렸다.

"ㅇㅇㅇ님, 저는 간호사고요. 여기는 병원이에요. 지금 ㅇㅇㅇ님은 우리 병원에 입원 중이세요."

환자분은 내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더니, 갑자기 ‘아차!’ 하는 표정을 지으셨다. 그러더니 손사래를 치며 나를 방에서 내보내려 하셨다.

그리고는 조용히 침대로 돌아가더니, 포개 놓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리셨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또 한 번 웃었다.

병원에서는 가슴 아픈 순간도, 힘든 순간도 많지만, 때로는 이렇게 예기치 않은 유쾌한 순간들도 있다. 환자분께서 잠시나마 기분 좋은 꿈을 꾸셨던 걸까?

그날의 ‘나이트클럽’은 내게 가장 잊지 못할 순간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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