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에 지쳐도, 간호사가 병동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

by 별빛간호사

나는 호스피스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별빛간호사이다.

병원에서 일한 지도 어느덧 3년이 넘어간다.

tempImagegB6b5M.heic 일하다가 뭐가 뭍었는지.... 왜 하필 배꼽에 생겼다.. 빨아도 안지워져 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간호사 일을 시작하고 몇 번의 이직이 있었지만, 지금 직장이 가장 오래 다닌 곳이다.


사람들은 1년, 3년, 5년을 주기로 퇴사 욕구가 올라온다고들 한다. 요즘 내가 딱 그렇다.

병동에서 선생님들의 퇴사로, 나는 본의 아니게 ‘고속 승진’을 했다.


그렇다고 월급이 크게 오른것도 아니다.
나는 명예욕이 없다.

오히려 막내였던 시절이 더 좋았다.

직급이 올라가니 책임도, 업무도 늘어났다.
바다에 파도가 세차게 밀려오듯, 일은 끝도 없이 밀려온다.


tempImagemdF7B0.heic 병원에서 석식.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거잖아~~~~~~~~~


서류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환자들을 보는 시간은 예전보다 줄었다.

가끔 병실에 들어가 인사를 하면 환자분들은 묻는다.
“쉬다가 왔나?”
“엄마 보고 왔나?”

.

.

.


어제는 근무 중 컴퓨터 앞에서 짜증과 답답함이 밀려왔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로 나가 병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보호자분 침대에 털썩 앉았다.

그때 어머니께서 아무렇지 않게 말씀하셨다.

“베개도 여기 베라.”

나는 그 베개를 자연스레 받아 머리에 받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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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
웃음이 터졌다.

간호사가 와서 자기 침대에 그냥 누웠는데, 아무 말도 묻지 않고 자기 베개부터 내어주신 것이다.


나는 잠시동안 눈을 감고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그래, 내가 오래 다니는 이유가 있네.’



사람 때문에 힘들지만, 결국 사람 덕분에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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