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가 90살 환자에게 배운 젊음의 비밀
어느 날, 병동 간병사님이 간호사실로 와서 말했다.
“아흔 살 어머니가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도 보고, 뜨개질도 하세요. 아주 정정하시더라니까요.”
며칠 전 입원하신 환자였다. 나는 오가며 뵙긴 했지만 바빠서 대화를 길게 나누지 못했다. 그러다 점심 약을 챙겨드리던 어느 날, 잠시 여유가 생겨 말을 건넸다.
“병원에서 심심하지 않으세요?”
“심심하긴요. 이렇게 뜨개질을 하고 있으면 시간 잘 가요.”
그분은 알록달록한 목도리를 보여주셨다. 형형색색의 실이 반짝이며 빛났다.
“정말 예쁘네요.”
“예쁘긴요. 그냥 심심해서 하는 거예요.”
그 순간, 환자분은 젊은 날의 소녀처럼 보였다.
보통 연세 많으신 분들은 손녀뻘 간호사에게 반말을 하시곤 하는데, 이분은 처음부터 끝까지 존댓말을 해주셨다. 나는 문득 삶에 대해 묻고 싶어졌다.
“혹시, 살면서 후회되는 건 없으세요?”
그분은 잠시 뜨개질을 멈추더니 조용히 말씀하셨다.
“효도 못한 게 가장 후회지요. 우리 아버지는 책을 정말 많이 읽으셨어요. 그래서 딸 넷 아들 하나 중에서도 그 시절 딸들을 고등학교까지 보내주셨죠. 잘 살았냐고요? 아니에요. 친척집이 형편이 좋아서 많이 도와줬어요. 운이란 게 있더라고요. 그리고 내가 준비되어 있으면 그 운을 잡을 수 있어요.”
“성인이 되어 시집을 갔고, 아이 키우며 남편이랑 살다 보니 부모님께는 잘 못했어요. 동생들이 많이 했죠. 저는 먹고 살기 바빴거든요. 남편이 큰 벌이는 못 했지만, 싫은 소리 한 번 안 하고 참 다정한 사람이었어요. 그러니까 꼭 기억하세요. ‘나를 아껴주는 사람’을 만나야 해요. 학교, 직업, 돈도 물론 좋지만,
첫째는 ‘나를 아껴주는 사람’이에요.”
나는 숨죽여 듣고만 있었다.
“그리고 젊을수록 공부하세요. 공부해서 손해 보는 건 하나도 없어요.
부부끼리 살다 보면 싸우기도 하고, 싫어질 때도 있어요. 한눈 팔 수도 있죠. 그럴 땐 스스로를 다스려야 해요. 아이가 없으면 헤어지기 쉽겠지만, 그래도 인연이라면 다시 만나고, 또 힘을 합쳐 헤쳐 나가야 해요.
그 믿음만 있으면 못 할 게 없어요.”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을 뿐이었다.
환자분은 내 표정을 보더니 빙긋 웃으며 다시 뜨개질로 돌아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