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먼저 알아야, 남을 품을 수 있다”
나는 호스피스 병원에서 일하는 별빛 간호사다.
며칠 전, 한 환자분이 새로 입원하셨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내리는 순간부터, 단번에 느껴졌다.
단정한 자세, 단호한 눈빛, 그리고 부축을 거절하는 손짓.
그분은 젊은 시절, 오랫동안 군에 계셨다고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대한민국의 내노라하는 대학 출신 제자들에게 교육을 하셨다고.
말수가 적고, 꼭 필요한 말만 하셨다.
그래서 다가가기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파워 E이니까 말을 걸었다.
“날씨가 참 좋죠?”
“그쵸.”
“아버님, 모자가 참 멋져요. 요즘 제 친구들도 저런 모자 많이 써요.”
“감사합니다.”
그게 전부였다.
어느 날, 병실을 지나가다 그분과 스님이 나누는 대화를 들었다.
“입원하고 나서 앞자리 환자분이 자주 바뀌었죠?”
“그렇죠.”
“그럴 때마다 마음이 어떠세요?”
“…허무합니다. 다음 생엔 건강한 몸으로 다시 살고 싶어요.”
“그렇군요. 그럼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건 뭐예요?”
“…먹고 싶습니다.”
“무엇을요?”
“물 한 잔, 밥, 김치요. 그냥 그거면 됩니다.”
스님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먹는 데는 다섯 가지 방법이 있어요.
보는 것, 듣는 것, 맡는 것, 먹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생각으로 먹는 것.
우리는 입으로 꼭 맛을 보지 않아도 마음으로 먹을 수 있어요. 그렇게 해봐요.”
환자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럴게요.”
그날 이후 나는 스님께 물었다.
“환자분마다 다 다르셔서…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어렵습니다.”
스님이 웃으며 말씀하셨다.
“사람은 다 달라요. 그런데 선생님, 남을 알기 전에 먼저 ‘나’를 알아야 해요.”
“‘나’를요?”
“네.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나는 지금 좋으니?’
‘나는 행복하니?’
‘나는 어떤 마음으로 환자를 보고 있니?’
이렇게요.
자신을 먼저 수용하면 자애가 생기고, 그 자애가 자비가 되어 남에게 흘러갑니다.”
그날 이후 나는 자주 내게 묻는다.
“너는 지금 어떤 마음이니?”
“지금, 괜찮니?”
“너는 행복하니?”
환자의 고통을 돌보는 일은, 결국 나를 돌보는 일이라는 걸 그분들을 통해 배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