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의 작은 고백.

호스피스 병원 간호사의 독백

by 별빛간호사

바쁜 병원 생활 속에서, 나는 늘 마음 한편이 무겁다.

조금만, 조금만 더 시간이 있다면.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더 신경 쓰고, 더 따뜻하게, 더 꼼꼼하게 돌봐드리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에 비해 해야 할 일은 너무 많다.
숨 가쁘게 움직이는 동안에도, 콜벨 소리는 쉴 틈 없이 울린다.

"리모컨 좀 찾아줘…"
"미스터 트롯 틀어줘…"
"진통제 주세요…"

그들의 요청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 알기에 나는 숨을 고르고 병실로 향한다.
다시 자리에 돌아오면, 병동으로 걸려오는 수십 통의 전화가 기다리고 있다.

어떤 날은, 문득 자괴감이 몰려온다.
‘나는 간호사인가, 아니면 전산업무를 처리하는 직원인가.?’
‘진통제만 건네는 기계가 되어버린 건 아닐까.?’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친다.
'조금만, 조금만 돌보는 환자가 줄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나는 지금보다 조금 더 따뜻하게,
조금 더 정성스럽게,
한 사람의 마지막 길에 함께할 수 있을 텐데.

하지만 병원의 사정도 넉넉하지 않다.
나도 안다.
모두가 힘겹게 버텨내고 있다는 걸.

그래서 결국, 나에게 남은 선택은 하나다.
내 역량을 키우는 것.

나는 다시 다짐한다.

잘하자.
잘해보자.

더 높은 윗년차 선배 간호사들을 바라보며 내가 걸어야 할 길을 마음속에 그려본다.

누군가의 고통에 조금 더 다가가고
누군가의 마지막을 조금 더 따뜻하게 지켜줄 수 있는
그런 간호사가 되고 싶다.

나는 오늘도, 그 마음 하나로 버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중앙 본부 소방대, 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