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호스피스 병동에서 치맥파티 파티원을 구합니다

by 별빛간호사

나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하는 별빛 간호사이다.
오늘은 저녁 근무 중 있었던 따뜻한 에피소드를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어 글을 남긴다.


언제, 어디서나 ‘유머’는 관계를 느슨하게 풀어준다.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옷은 한 겹 더 두꺼워졌을지라도,
호스피스 병동의 온기는 한 겹 더 따뜻해져만 간다.


저녁 근무 중이었다.
한 환자분에게 섬망 증상이 시작되었다.
그 옆에 있던 다른 환자의 보호자, 즉 부인이 말했다.


“아이고, 이 사람도 오늘 잠 못 자겠네.”

그러자 환자분이 슬그머니 눈을 뜨며 부인의 말에 대답했다.
“내가 손 좀 봐줄까?”
말끝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부인은 피식 웃었다.
사실 환자분은 침대에서 혼자 거동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인에게 농담을 던질 만큼의 여유가 참 고마웠다.


별빛 간호사: “아직 좋으세요?”
부인: “네?”
별빛 간호사: “남편분을 보실 때 눈에서 하트가 보여요.”

부인: (미소 지으며) “참 재밌는 사람이었어요.
친구도 많고, 같이 있으면 그냥 좋은 사람.”

별빛 간호사: “그러게요. 환자분이 정말 유쾌하세요.”

환자: “이런 날은 다 같이 통닭에 맥주 한잔 해야 하는데.”

별빛 간호사: “그러게요. 정말 맛있겠다. 잘 때 배에서 꼬르륵 소리 나겠어요.
우리 꿈에서 모여서 치맥파티 열어요.”


그 순간, 병실 안에는 웃음이 퍼졌다.
사실 환자분은 위암으로 식사를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그런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당장 치맥파티는 없더라도,
우리의 웃음이 이 긴 밤을 지켜주고 또 내일을 맞이할 힘이 되어줄 테니까.


잠시 후, 섬망이 있던 환자분도 우리의 웃음이 전해졌는지 조용히 깊은 잠에 드셨다.


나는 병실 불을 끄고 조용히 나왔다.


얼른 칼퇴를 해야겠다.
치맥파티가 기다려진다.

스크린샷 2025-11-01 오전 1.56.15.png 그날까지. 유쾌하게.-


keyword
작가의 이전글호스피스 병동에서, 스님이 간호사에게 알려준 마법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