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호스피스 병동을 스쳐간 저승사자님

by 별빛간호사

나는 호스피스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별빛간호사이다.


밤근무중에 생긴 오싹한(?)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서 이렇게 쉬는 날 카페에 앉아 글을쓰고 있다.


히비스커스자몽차는 참 색깔도 예쁘고, 맛도 좋다.


끝을 알 수 없는 레드 색에 첫 입을 머금으면 자몽의 상큼달큰함과 끝 맛의 씁쓸함이 조화롭다.


tempImageVXxRUB.heic 단골카페, 히비스커스자몽차


큰일이다. 얘기가 딴길로 샌다. !


얘기가 더 삼천포로 빠지기전에 시작해야겠다. :)


밤근무 중이었다.


'똑딱똑딱'


시계는 새벽 2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간호사실 창문으로 슬그머니 들어오는 새벽 가을바람은 차디찼다.

그럼에도 맑고 상쾌한 풀 잎 향 내음은 오늘의 시작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병동으로 콜벨이 울렸다.


"진통제 좀 주세요."

진통제를 준비해서 환자분께 놔 드리고 간호사실로 돌아왔다.

또 일이 마치기 무섭게 콜벨이 울렸다.

"어머니께서 잠을 안자고 계속 혼잣말을 하세요."

병실로 가보았다.

"환자분 무슨 일 있으세요?"

환자분은 손으로 허공을 가르키며 말했다.

"저기에 왜 여자랑 남자가 싸우노.."

"제가 가서 확인해볼게요. 걱정말고 주무세요."

"그래..."

환자분은 안심한듯 다시 잠에 드셨다.


갑자기 분주해진 분위기에 긴장이 되었다.

입고 있던 병원 가디건을 벗었다.


또 콜벨이 울렸다.

"배가 너무 아파요..."

병실로 가서 환자분의 통증을 사정하고 증상에 맞게 대처를 하였다.


그리고 간호사실로 돌아오는데, 영적 돌봄가 선생님께서 분주히 다니시는 걸 보았다.


'아, 저승사자님이 오셨구나!.'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우리 병동의 대문을 닫았다.

(나만의 작은 의식이랄까..? 저승사자님. 우리 병동은 제발 오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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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로 쉴 틈없이 이곳 저곳에 불려다니며 일을했다.


나이트 근무를 겨우 마무리하고 퇴근을 위해 가방을 챙겨 엘레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병원 간병사님들의 대화 소리가 들렸다.


"아니, 글쎄 들었어?"

"왜? 무슨일인데?"

"어제 4병동에서 4명이나 돌아가셨대."

"아이고야...."


난 가슴을 크게 쓸어내리며 엘레베이터를 탔다.


오늘 저승사자님께 카톡을 좀 해야겠다.

"안녕하세요. 저승사자님.

저는 5병동 별빛 간호사입니다.

제가 오늘도 나이트 근무인데, 오늘은 off(비번)을 들어가심이 어떨까요?

다 먹고살자고 하는건데...쉬엄쉬엄 해주세요... plzz.... ^ㅡ^;;"


tempImageXDusMA.heic 카톡을 보냈는데, 읽고 답이 없으시다.... ㅠㅡㅠ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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