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을 지킨건 간호사가 아니었다.

by 별빛간호사

나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하는 별빛간호사이다.


한 환자분이 입원했다.

입원 첫날,

보호자분은 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하게 간섭했다.
“여기는 기저귀를 몇 시에 갈아주시죠?”
“주사가 너무 늦게 떨어지는 거 아닌가요?”
“반찬이 너무 짜네요. 국은 왜 이리 싱겁죠?”

혀끝이 까끌한 시간이 흘러갔다.


그 사이 옆에 있던 환자분들이 하나둘 자리를 떠나고
또 새로운 환자가 입원했다.


나는 내심 걱정이 되었다.
새로 입원한 환자의 섬망 증상이 보호자의 신경을 건드릴 것 같았다.


병동에 콜벨이 울렸다.
환자의 보호자였다.
“말씀하세요.”
“앞에 할아버지가 계속 내려오려 해요.”

또 콜벨이 울렸다.
“옆에 환자분이 가래로 힘들어해요.”


졸지에 보호자는 돌봐야 할 환자가 더 늘어난 셈이 되었다.


새로 입원한 환자들 곁에 상주할 보호자가 아무도 없었다.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는데 일이 너무 많아 타이밍을 놓쳤다.


그러다 보호자와 눈이 마주쳤다.
우리는 그냥, 웃었다.

“이 병실의 지킴이가 되셨네요.”

“아이고야, 그러게 말이에요.”
그녀는 유쾌하게 웃었다.


감히 내 생각이지만, 그녀는 즐거워 보였다.

무채색 같던 삶에서 자신이 할 일을 찾았고 그것이 타인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그녀에게 기쁨이 된 듯했다.


그녀는 자고 있는 배우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작게 한숨을 내쉬며 들릴까 말까 한 목소리로 말했다.
“산다는 게, 참… 뭔지.”

그리고 이번에는 조금 더 큰 목소리로, 힘주어 말했다.
“아프면 말해! 내가 간호사실 가서 진통제 달라고 할 테니까.”


배우자는 슬그머니 눈을 뜨더니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tempImageumdiQg.heic "아무 걱정하지마. 내가 곁에 있으니까."


수요일 연재
이전 07화죽음을 앞 둔 환자가 내게 남긴 마지막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