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ADHD 인간의 뻔뻔한 생존법

by 별빛간호사

안녕하세요!

ADHD 환자이자, 시민이자, 사람이자, 현재는 '전업 백수'로 지내고 있는 닝겐 1호, 별빛간호사입니다.

tempImage57wMv3.heic 봉봉이도 잘 지내고 있어요.~


호스피스 병원에서 환자들의 마지막을 지키던 제가, 지금은 집에서 탱자탱자 놀며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냥 놀기만 하는 건 아니에요.

바로 내일! 부모님을 모시고 중국 장가계로 효도 여행을 떠나거든요.

부모님의 생애 첫 해외여행이라 신경 쓸 게 산더미인데...

효녀 심청이를 빙의해 차근차근 챙기자고 마음만 먹었더니,,,,

두둥! 정신 차려보니 벌써 출국 전날이 되어버렸습니다. ㅠㅠ


리스트를 보며 짐을 챙기다가, 쉬다가, 놀다가를 무한 반복하는 저를 옆에서 한심하게(?) 지켜보는 반려견 봉봉이를 보며 문득 깨달았습니다.

tempImagezu3qq6.heic 집을 좁아서 거꾸로 뒤집어서 자고 있어요. ㅎㅎ


"그래,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사는 거지!"

집중력도 부족하고 매사 덜렁거리는 제가 지금까지 간호사로, 또 한 인간으로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바로 '그냥 살기'입니다.

완벽하게 잘 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는 대로 살아도 인생은 생각보다 큰 탈 없이 흘러가더라고요.

제가 발견한 ADHD라서 오히려 좋았던 점 3가지를 공유해 보려 합니다.


1. 초강력 위기대처 능력

저는 항상 2% 부족하게 짐을 챙기고 일을 합니다.

덕분에(?) 위기 상황이 참 많았죠.

병실에 트레이를 두고 오거나, 드레싱카 가위를 간호사복 주머니에 넣은 채 퇴근해버리거나...

하지만 괜찮습니다! 트레이를 가지러 가면서 환자 상태를 한 번 더 체크하면 되고, 가위는 개인용으로 하나 더 사면 되니까요. "아차!" 하는 순간에도 당황하지 않고 대안을 찾아내는 능력, 이게 바로 ADHD의 생존 본능 아닐까요?


2. 효율을 찾아내는 창의성

저는 일을 최대한 쉽고, 빠르고, 편하게 하고 싶어 합니다. (나쁘게 말하면 꾀를 부리는 거죠!)

선배 간호사들의 일하는 스타일을 관찰하며 장점만 쏙쏙 흡수해 제 방식으로 재조립했습니다.

천방지축 얼렁뚱땅한 제 특성을 살려 환자분들께는 웃음을, 보호자들께는 여유를 드리는 저만의 간호 스타일을 만든 거예요.


3. 무너지지 않는 오뚜기 정신

사실 최근에 큰 시련이 있었습니다. 8년 가까이 3교대를 하며 피고름 짜내며 번 돈을 한순간에 다 날려버렸거든요. 하하하! (눈에서 물이 흐르네요...)

그런데 말이죠, 생각보다 그렇게 슬프거나 괴롭지 않습니다.

ADHD의 특징인지 제 성격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슬픈 일을 금방 잊어버려요.

"나 능력 있는데 뭐, 돈이야 또 벌면 되지!", "더 좋은 일 생기려고 액땜한 거야!"라며 금방 웃어버립니다.

부모님도 "넌 참 속도 좋다"며 혀를 내두르시지만, 씩씩한 제 모습에 내심 안심하시는 눈치예요.

사람이 죽으란 법 있나요?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다시 번쩍 일어설 겁니다!


오늘 제 글이 ADHD 장점인지 제 자랑인지 조금 헷갈리지만, 그래도 예쁘게 봐주세요.

연휴가 끝나고 다시 주말이 찾아오니 다들 행복하시죠?

저는 정말 행복합니다. 왜냐고요? 저 내일 장가계 가거든요! 메롱! (잘 다녀오겠습니다!^ㅡ^v)



tempImageSCPeNt.heic 봉봉아, 누나 없는 동안 사고치지 말고 잘 있어야해~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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