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왜이렇게 궁상맞아?"

호스피스 간호사가 목격한 어느 모녀의 마지막 인사

by 별빛간호사

호스피스 병동에서 삶의 마지막을 기록하는 별빛간호사입니다.

이번 이야기는 가장 가깝기에 때로 가장 아픈 '엄마와 딸'에 관한 에피소드입니다.

저에게도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좋은 존재이지만, 그렇기에 가장 쉽게 서운함을 내비치게 되는 서툰 관계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름만 불러도 눈시울이 붉어지는 존재.

우리 모두의 '엄마'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엄마, 왜 이렇게 궁상맞아... 이런 거 이제 필요 없다니까."

말기암 환자인 어머니는 딸이 면회를 오자,

그동안 병원 프로그램을 하며 모아둔 자잘한 선물들과 점심 메뉴로 나왔던 주스들을 힘겹게 꺼내 딸의 품에 안겨주었다.

"엄마, 이제 이런 건 사고도 남을 만큼 충분해. 우리 집 옛날처럼 가난하지 않아. 이제 우리 살림 괜찮다니까."

"그래도... 이거 다 챙겨가라..."

"엄마 진짜, 구질구질하게 왜 이래!"

결국 딸의 언성이 높아졌다.

딸은 붉어진 눈시울로 애써 외면하며 병실을 나섰다.

홀로 남겨진 엄마는 침대 위에 흩어진 주스와 비누, 생필품들을 다시 차곡차곡 모았다.

나는 조용히 다가가 그 정리를 도와드렸다.

환자분은 힘없는 목소리로 조용히 읊조렸다.

"내가 너무 없이 애들을 키웠어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보태주고 싶어서..."

"네, 어머니..."

잠시 후 환자분이 깊은 잠에 드신 것을 확인하고, 나는 병실 밖 복도에 서 있는 따님께 다가갔다.

"괜찮으세요?"

"죄송해요, 간호사님. 제가 너무 큰소리를 냈죠..."

"아니에요. 두 분이 너무 서로를 생각해서 그러신 거잖아요.

자연스러운 과정이니 너무 죄송해하지 마세요."

따님은 대답 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날 밤부터 환자분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었다.

산소포화도 수치는 눈에 띄게 떨어졌고, 결국 산소마스크를 써야만 했다.

"엄마..."

딸은 엄마의 초점 없는 눈동자를 애처롭게 바라보며, 거칠어진 엄마의 손을 잡고 얼굴바닥을 쓸어 닦았다.

"엄마, 괜찮아."

환자분은 마지막 힘을 쥐어짜듯 겨우 말을 이어갔다.

"어디 가지 말고... 내 옆에 있어 줘. 계속 옆에..."

죽음을 직감한 듯, 어머니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딸의 존재를 확인하며 간절하게 딸을 찾으셨다.

그리고 그날 새벽, 환자분은 가족들의 통곡 소리와 마지막 인사를 뒤로한 채 임종하셨다.


며칠 후, 따님이 다시 병원을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간호사님. 어머니 잘 보내드리고 왔어요."

"고생 많으셨어요. 마음은 좀 어떠세요?"

"네, 그리고... 선생님."

"네, 말씀하세요."

"그날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 계속 생각했어요. 서로가 서로를 너무 생각해서 그랬던 거라는 말요."

따님의 눈에 다시금 물기가 서렸다.

"엄마가 싸주던 그 물건들이, 옛날 가난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해서 너무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그게 엄마가 제게 줄 수 있는 전부이자 사랑이었던 거예요.

제가 미워하고 밀어냈던 그 궁상맞은 모습이, 결국 제가 그토록 그리워하게 될 엄마의 진심이었어요.

엄마가 절 끝까지 사랑해 주셨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어서... 너무 감사해요."

따님은 아픈 슬픔 너머로, 작고 투명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tempImageFx4vIC.heic "엄마는 끝까지 저를 사랑해주셨어요."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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