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 친구의 죽음을 지켜본 환자의 이야기
한 병실에 짝궁으로 계신 두 환자분이 있었다.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오신 두 분은 같은 병실에서 긴 시간을 함께 보내며 친구가 되셨다.
서로를 챙겨주고, 소소한 이야기에 웃고, 때로는 아픈 밤을 함께 견디며 마음을 나누셨다.
호스피스 병원은 보통 ‘퇴원’이라는 말이 무색한 곳이다.
대부분의 이별은 돌아가는 길이 아니라, 떠나는 길로 이어진다.
그러던 중 한 분의 컨디션이 점점 나빠졌다.
좋아지다, 다시 나빠지다, 그 반복이 끝나고
마침내 ‘임종기’라는 문 앞에 다다르셨다. 그리고, 비가 세차게 쏟아지던 날,
그 분은 조용히 숨을 놓으셨다.
남겨진 환자분은 창밖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작은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사투리가 섞인 말투엔, 깊은 그리움이 젖어 있었다.
“OO이 할멈 가는 날… 이렇게 비가 세차게 온다…”
“네…”
“할멈 눈도 안 보이고 걷는 것도 어설퍼서… 잘 찾아가야 할 낀데…”
“잘 가실 거예요… 그래야죠…”
“왜 이렇게 흐린 날에 갔노… 해 말짱한 날 가야지… 그 할매 꽃도 참 좋아했는데…”
“그쵸… OO님, 꽃 참 좋아하셨죠… OO님이… 보고 싶으시죠?”
“응… 보고잡다… 내 친구 보고싶다…”
잠시, 창밖을 바라보던 그 분의 눈가가 붉어졌다.
비인지 눈물인지 모를 그 습기 속에서
나는 조용히 손을 잡아드렸다.
그리고 며칠 뒤—
그 분의 상태도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용히, 그렇게
또 하나의 이별이 찾아왔다.
나는 문득, 그분들이 병실에서 주고받던
농담 같은 대화가 떠올랐다.
“너 죽으면 나 따라간다.”
“얘끼 이사람아~ 할 말이 있고, 안 할 말이 있지. 따라오긴 뭘 와.”
“(웃으며) 같이 가면 덜 무섭지. 길 잘 찾고.”
“(웃음) 그래도 자식, 손주들 더 보고 와. 먼저 간 사람이 마중 나오면 돼.”
“그려, 그렇게 하자고.”
“응…”
그 농담 같던 말들이
예언처럼,
약속처럼
현실이 되어버린 지금.
나는 생각한다.
그분들은… 지금쯤 다시 만나셨을까?
비 오는 날, 먼저 떠난 친구가
눈도 잘 안 보이고 걷는 것도 어설픈 친구 손을 잡고,
꽃길 같은 저편으로 함께 걷고 계시진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