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미안해…” – 떠나는 남편과 아내의 마지막 대화
나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간호사로 일한다. 매일 삶과 죽음이 맞닿아 있는 순간을 마주하며, 환자분들의 마지막 이야기들을 듣는다. 그리고 그 속에서 참 많은 걸 배우고 있다.
어느 날 문득 생각했다.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나만 알고 있기엔 너무 아깝지 않을까? 이 이야기들을 나누면 누군가의 마음에도 작은 울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렇게 글을 남긴다. 환자분들이 남긴 마지막 말, 그들의 눈빛 속에 담긴 감정, 그리고 그 순간들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을.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나처럼 삶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떠올릴 수 있기를 바라면서.
“웃음이 나와? 각시 과부 되게 생겼는데.”
“우히히히. 우리 각시 참, 고생 많았지.”
“알긴 아나? 왜 마지막까지 나를 고생시키노.”
“OO야… 미안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니를 안 만나는긴데…”
“…됐어. 이미 지난 일 아니가.”
“참, 미안한데이… 우리 OO이, 내 만나고 나서 고운 손 다 거칠어지고…”
“…”
“다음 생에 다시 만나면, 그땐… 내가 니 그냥 지나칠게. 너무 이쁘지 마라잉. 또 내가 껄떡대면 우야노.”
“시끄럽다, 치아라.”
“우히히히… 우리 각시, 한번 안아보자.”
—
나는 우연히 이 대화를 들었다.
커튼 너머로 들리는 두 사람의 목소리는,
마치 오랜 시간 함께 써 내려간 한 편의 시 같았다.
부인의 이름을 반복해서 부르는 환자분의 목소리 속에는
사랑, 미안함, 회한,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따뜻함이 모두 담겨 있었다.
떠나는 이는, 남겨질 사람의 이름을 부르고, 또 부른다.
그 이름이 마지막 숨결 속에서라도 살아있기를 바라면서.
나는 문득 생각했다.
‘사람은 왜 죽는 걸까?’
‘신은 어쩌면 너무 잔인할 만큼 섬세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토록 고통스러운 이별조차도 기꺼이 온몸으로 받아낸다.
우리는 참 약하면서도, 그 누구보다도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