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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돌아가실까요…?” 그 질문의 진실

죽음을 기다리는 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은 단 하나의 말

by 별빛간호사

호스피스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우리 어머니가 언제쯤 돌아가실까요?”
“아버지는… 얼마나 남으신 걸까요?”
“제 동생이… 언니가… 언제쯤…?”

호스피스 병동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어떤 질문보다도 답하기가 어렵습니다.

“그건… 정확히 언제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환자분의 상태에 따라 다르고, 임종은 때로 갑작스럽게, 또 때로는 아주 오랜 시간 천천히 다가오기도 하니까요.”

임종기 컨디션이라 해도 수일에서 수주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시간 동안 가족들이 환자 곁을 지키며 흘러가는 하루하루는,
사랑의 시간이기도 하지만 소진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보호자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점점 지쳐갑니다.
병원비, 간병비, 현실적인 부담들이 버겁게 밀려오고,
가족과 직장, 자신의 삶은 자꾸만 뒤로 밀려납니다.

그러다 문득,
환자가 미워집니다.
그리고 곧, 그런 자신을 미워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모든 감정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억지로 밀어내지 마세요. 죄책감으로 포장하지도 마세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가 환자와 가족들 곁에서 배운 가장 큰 지혜는 이것입니다.
무언가 무너질 것 같은 순간에는, 억지로 회피하지 않고
그 고통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
그리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

때로는 마음속에 구정물처럼 떠도는 생각,
응어리진 감정들, 감히 입 밖으로 낼 수 없는 솔직함까지도—
모두 꺼내어, 가만히 품는 것.

그래야 비로소 보입니다.
내가 미워한 것은 환자가 아니라,
이겨내려 안간힘 쓰는 내 마음이었다는 것을.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한 번쯤은 지나가야 하는 삶의 숙제를 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 부디 기억해주세요.
당신은 지금도 잘하고 있습니다.
그저 너무나도 사랑하고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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