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의 손끝에 남은, 환자의 마지막 위로
그날은 유난히 바빴다.
주사도 많고, 새로 들어온 환자도 있었고, 임종 징후가 있는 분도 있었다.
이쪽저쪽 호출 벨이 울리고, 전화도 울리고, 피곤한 하루였다.
야간 라운딩을 도는 중에 607호 환자분이 호출 버튼을 눌렀다.
"간호사쌤… 이불 좀 덮어줄래요?”
나는 속으로 ‘아이고, 이불 하나 덮어달라고 또 부르시네…’
그 한숨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꾹 삼키고 병실 문을 열었다.
그분은 침대에 조용히 누워 계셨다.
자신의 몸으로는 이불을 끌어올릴 힘조차 없어서
배쯤에서 멈춰버린 이불을 그냥 바라보고 계셨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이불을 턱까지 끌어올려드렸다.
그런데, 그 순간—
그분의 손이 내 손등을 살짝 덮었다.
“고마워요. 힘들죠? 오늘 하루도 고생했어요.”라며 토닥여주셨다.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아서.
그분은 중증 간암 말기 환자셨다.
더는 항암치료도 못 받고, 진통제에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계셨던 분.
그분이, 나에게 위로를 주고 싶다고 말해주셨다.
‘나는 이분에게 뭘 해드렸다고, 이렇게 따뜻한 인사를 받을 자격이 있을까…’
“이불 좀 덮어줄래요?”
그 부탁은 단지 이불을 덮는 일이 아니었다.
그건 ‘나 아직 여기 있어요’, ‘오늘 하루도 살아내고 있어요’,
그리고 ‘당신도 힘들었죠, 고마워요’라는 말이었다.
삶의 끝자락에 있는 이들은
말보다 더 깊은 말을 한다.
그 말은 때로, 이불 한 장을 덮는 조용한 동작 안에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