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간호사의 눈으로 본, 삶의 마지막 장면
“간호사쌤~ 오늘 할머니 못생기셨어요!”
병실 문을 열자마자 초등학교 1학년쯤 되어 보이는 꼬마가 외쳤다.
나는 너무 당황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아이의 할머니는 말기암 환자셨고, 며칠 전부터 식사도 거의 못 하시던 분이었다.
작고 말라버린 얼굴에 산소줄까지 끼고 계신 분을 향해
“못생겼다”고 말하는 손녀라니.
“어… 우리 ○○이, 왜 그런 말 해요?”
“어제까지 할머니 예뻤는데, 오늘은 못생겼어. 눈도 퉁퉁 부었고, 말도 안 하고, 숨도 이상해.”
그 순간 아이 엄마가 민망한 듯 아이를 제지했다.
“얘가 왜 이러니… 죄송해요 선생님.”
“아뇨, 괜찮아요.”
나는 웃으며 아이에게 다시 물었다.
“근데, 예쁜 사람은 뭐고, 못생긴 사람은 뭐야?”
“예쁜 사람은 웃고, 나한테 이야기 많이 해주고, 안아주는 사람이에요.
근데 오늘 할머니는 아무 말도 안 하고, 눈도 안 뜨고, 안아주지도 않아서 못생겼어요.”
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조용히 아이 옆에 쪼그려 앉았다.
“그치. 그게 ○○이만 그런 게 아니고, 우리도 다 똑같아.
할머니도 ○○이가 웃을 때가 제일 예쁘대.
그래서 혹시 오늘은 ○○이가 먼저 예뻐져줄 수 있을까?
그러면 할머니도 다시 예뻐질지도 몰라.”
아이의 눈이 커졌다.
그러고는 이불 속으로 조심조심 손을 넣어 할머니의 주름진 손을 꼭 잡았다.
“할머니, 나 왔어. 내일은 꼭 예뻐져요. 꼭이요.”
그날 밤, 할머니는 조용히 숨을 거두셨다.
가족이 도착하기 전, 마지막으로 곁에 있었던 건 그 아이였다.
눈물 한 방울 없이 작은 손으로 할머니 손을 잡고,
“잘 자요. 내일은 예뻐져요”라고 말하는 아이의 목소리만 남겨둔 채.
나는 지금도 생각한다.
그 아이는 ‘예쁘다’는 말로 사랑을 표현했다는 걸.
그 말 안에 얼마나 많은 사랑과 기억이 들어 있었는지 우리는 다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날, 그 못생겼다던 하루는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날 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