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래와의 전쟁끝에 만난 진정한 chill guy.
"302호 환자분, 불안도가 높고 섬망 증상이 심하대요."
출근하자마자 들은 인수인계는 무겁게 마음에 내려앉았다.
호흡이 어려운 환자에게 '숨을 쉰다'는 일상은 얼마나 간절할까.
병실에 들어가자 환자분은 잠들지 못한 채 천장을 보고 계셨다.
"왜 잠을 안 주무세요?"
환자분은 무언으로 종이를 건넸다. 삐뚤빼뚤한 글씨.
가래.
석션을 해드리자 잠시 안도한 듯 보였지만, 이내 다시 손짓.
또 종이에 적힌 두 글자.
가래.
자주 하면 상처 부위가 손상될 수 있음을 설명했다.
끄덕이는 모습에 잠시 안심했지만, 다시 부르셨다.
억지로라도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답답하세요?"
끄덕.
손에 콜벨을 쥐여드리며 말했다.
"저희는 늘 깨어있어요. 걱정 마세요."
그제야 살짝 놓인 듯한 눈빛.
시간이 흘러 병실은 조용해졌다.
그러나 마지막 라운딩에서 환자분의 모습은 심상치 않았다.
보라색으로 변한 피부, 팽창된 동공, 떨어지는 산소포화도.
손은 익숙하게 석션을 시작했지만 마음은 조급했다.
첫 번째 가래: 피 섞인 덩어리.
두 번째: 굳은 찌꺼기가 빠져나온다.
세 번째: 피부가 다시 살색으로 돌아온다.
살아난다.
그때 환자분이 입모양으로 말했다.
"살았다."
짧은 두 글자. 그 안에 담긴 무게와 안도감이 마음을 적셨다.
그리고 마지막에 손을 들어 흔드는 모습. "이제 가도 돼요."
병실을 나서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살았다.
얼마나 단순하면서도 깊은 말인가.
이 시대의 진정한 Chill Guy.
나도 언젠가 그 분처럼, Chill Nurse가 되고 싶다.
마음을 가볍게 하면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는 그런 간호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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