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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끝자락에서 남겨진 말들

호스피스 병원 간호사가 죽기전 환자들에게 직접들은 말과 경험

by 별빛간호사

나는 호스피스 간호사이다. 삶과 죽음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마지막을 준비하는 사람들과 함께한다. 그들의 남긴 말들이 마음을 울릴 때면, 글로 남기고 싶어진다. 누군가의 삶에 작은 울림이 되길 바라며.



3년간 이곳에서 참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아닙니다... 잘못했습니다...” 임종을 앞둔 어느 할아버지가 눈물을 흘리며 손을 모았다. 누구에게 사과하는 것일까. 누구에게는 그 말 한마디가 너무 늦게 찾아오기도 한다.

또 다른 환자분은 말했다. "검은 옷 입은 두 사람이 왔다 갔다 했어요. 한 사람은 키가 크고 듬직했는데, 다른 한 명은 마르고 초라했어요." 설명할 수 없는 경험들은 죽음을 앞두고 더욱 선명해진다.

“혼자가기 외로워서 데리고 가셨나보다.” 같은 병실에 계신 환자분들이 함께 떠나는 경우를 종종 본다. 한 분이 돌아가시면, 며칠 안 되어 옆 침대 분도 따라가신다. 선배들이 웃으며 하는 말에 나도 웃지만, 마음 깊숙이 묘한 감정이 스며든다.

“저 땅은 어떻게 해야 하나...” 삶에 대한 미련은 죽음도 늦춘다. 자식 걱정, 재산 걱정... 끝없이 생각하며 떠나지 못하는 분들이 있다. 그때 몸은 천천히 망가지고, 고통은 길어진다. 이생을 놓지 못하면, 육신은 더 오래 아파한다.

반면, 모든 걸 내려놓으면 평온이 찾아온다. 명품으로 치장하고 입원했던 한 환자분이 떠오른다. 처음엔 모든 게 불만이셨다. 옆 침대, 밥, 이불의 촉감까지.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차례차례 벗어내셨다. 팔찌, 시계, 목걸이... 그리고 마지막에는 손을 잡아주시며 말했다. "고마웠어요." 그날 밤, 그분은 잔잔한 얼굴로 눈을 감았다.

죽음은 멀리 있지 않다. 어쩌면 우리 모두 매일 조금씩 끝을 향해 걷고 있는지 모른다.

삶과 죽음 사이, 그 경계에서 묻는다.
당신은 오늘 어떻게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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