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과 눈물이 스민 밤, 호스피스 병동에서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한다는 건, 죽음을 마주하면서도 삶을 배우는 일이다.
오늘은 그중 잊히지 않는 한 환자분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그분은 치매 증상이 있었다. 처음 만나면 환하게 맞아주시다가, 몇 분 뒤면 말하셨다.
"니 언제 왔노? 어제 인사도 안 하고 갔제."
기억은 희미해도, 사람을 향한 정은 여전한 분이었다.
같은 병실에 새로운 환자가 들어오면, 잊지 않고 물으셨다.
"저 할매는 왜 밥을 그리 늦게 묵노?"
"저 아저씨는 남편이가, 아들이가?"
누군가의 사생활보다 그저 사람을 알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어느 날, 대변 주머니를 확인하며 물었다.
"불편한 데 없으세요?"
"없긴 왜 없어. 다리도 아프고, 안 아픈 데가 없다. 집에 갈란다."
나는 웃으며,
"그래도 아침은 드시고 가셔야죠."
"그래. 밥은 묵고 가야지."
삶의 마지막까지도, 밥은 중요한 일상이었다.
그날 밤, 또 다른 환자분의 섬망 증세로 병실이 소란스러웠다.
우리 치매 환자분은 잠결에 들으시곤 소리쳤다.
"니미럴… 누구여? 밤중에 왜 씨끄럽노?"
그리고 마주친 두 환자분의 대화는 뜻밖의 웃음을 주었다.
"어떤… 년이여…"
"나다, 이년아! 얼굴 들어, 이년아!"
순간, 병실이 아닌 세상 어딘가의 장난스러운 동네 어귀에 와 있는 듯했다.
웃음을 참고 상황을 진정시키던 나에게, 환자분은 조용히 말했다.
"먹고살기 힘들제?"
문득 마음이 저려왔다.
"네… 맞아요. 많이 힘들어요."
그러자 손짓으로 자리를 내어주며,
"그래. 좀 쉬라."
그분의 말에, 나는 한참을 울었다.
그리고 다음날, 어제의 일이 기억나지 않는 그분이 다시 물었다.
"니 언제 왔노?"
"어제 밤엔 잘 주무셨어요?"
"응~ 간만에 푹 잤다."
때론 잊힌다는 것이, 그에게도 우리에게도 다행일지 모른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나는 매일, 죽음 곁에서 삶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