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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앞 둔 환자가 호스피스 간호사에게 전한 메세지

by 별빛간호사

한 환자분이 입원하셨다.

우리는 입원과 동시에 환자의 과거력을 사정한다. 살아온 흔적을 따라가며, 그분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 어머니는 남편을 일찍 사별하고 홀로 자식을 키우셨다. 어린 나이에 시집을 와 장사를 하며 아이들을 키우느라 얼마나 힘드셨을까.

"내가 안 해본 고생이 없어요. 애들 먹여 살린다고, 아빠 없이 키운다고 아쉬운 소리 안 들으려고…"

말씀하시던 그분의 눈망울과 콧잔등이 붉어졌다. 나는 조용히 휴지를 건넸다.

잠시 말을 멈추셨던 어머니는 이내 다시 입을 떼셨다.

"어려운 사람들, 불쌍한 사람들 밥도 좀 먹이고 도와주며 살았어야 했는데..."

호스피스 병원에서 일하며 가장 자주 듣는 말이었다. 지난 삶도 결코 쉽지 않았을 텐데, 왜 남을 돕지 못한 걸 후회하실까. 궁금해서 선생님께 물어봤다.

"왜 사람들은 죽기 전에 남을 도우지 못한 걸 가장 후회할까요?"

"음... 인간의 본성 아닐까?"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모두에게는 사랑이 있다. 누군가를 돕고, 가진 것을 나누고 싶은 따뜻한 마음이 있다.

남들과의 비교에 가려진 나의 소중한 시간들, 감정, 가족, 친구들이 있다.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고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고

조금만 더 사랑을 실천하자.

이게 죽음을 앞둔 환자들에게 들은 마지막 메세지이다.

얼마 전, 대한민국의 자살률이 최고치를 찍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왜 이런 안타까운 일이 계속될까.

왜 젊은 사람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할까.

아마도, 희망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주변을 조금 더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나는 세상에 받은 것이 참 많다. 그걸 꼭 보답하고 싶다.

가장 낮은 곳에서도 사랑과 용기와 감사를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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