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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직전, 사람들이 하는 행동

입을 벌리고 허공을 잡던 그 손

by 별빛간호사

나는 간호사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한다.
그리고 이곳에서 나는, 죽음을 자주 마주한다.

임종 전, 환자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증상들이 있다.
소변량이 줄고, 대변이 많아진다.
호흡은 점점 불규칙해지고, 체인 스토크 호흡이 시작된다.
입술과 손끝이 푸르게 변하고,
의식이 흐려지며 섬망이 찾아온다.
SPO2(산소포화도) 수치는 급격히 떨어진다.

가끔, 그런 환자들 중 몇몇은
입을 벌린 채 허공에 손짓을 한다.
마치 누군가를 찾는 듯이,
아니면 마지막 무언가를 잡고 싶은 듯이.

그럴 때면 나는, 이유도 모른 채 손을 내민다.
공포에 질린 눈을 마주하면
몸이 먼저 반응한다.

처음엔 낯선 체온에 놀라듯 움찔하시다가,
곧 그 손에 힘을 주신다.
그 작은 압력에서
나는 삶의 의지를 느낀다.
죽음과 삶의 경계에 있는 이의 손끝에서
아직도 살아 있으려는 마음이 전해진다.

그 손을 은은하게 맞잡고
나는 꺼져가는 눈빛을 오래 바라본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조용히 말한다.


“어디에 계신가요?”
“밝은 곳을 따라가세요.”
“너무 무서워 마세요. 가시는 동안, 제가 곁에서 최선을 다할게요.”

잠시 후, 나는 손을 조심스레 내려놓고
병실문을 닫는다.

그제야 내 숨이 터져 나온다.
하지만 숨은 쉽게 빠져나오지 않는다.
폐에서 기관지를 지나 입 밖으로 나오는 길목에
날카로운 자갈들이 깔려 있는 것처럼
거칠고 아프다.

그건 숨이 아니라,
부끄러움이었다.

살아있는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것을 당연하게 여겼는지,
남의 행복을 부러워하며
나의 존재를 깎아내렸는지,
그 모든 게 부끄러웠다.

존재하는 것을
그 자체로 바라보지 못했던 시간들.
냉소로 스스로를 대하고,
차가운 시선으로 남을 판단했던 나.

짧은 시간이었지만, 수많은 생각이 안개처럼 마음을 덮었다.
그 안개 낀 마음으로는
누구도 돌볼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차가운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것이 나에게 남아 있는 작은 의식이었다.

안개가 걷히기를.
태양이 다시 떠오르기를.
나는 오늘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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