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병원 간호사의 기록
호스피스 병동, 새벽의 기록
임종이 가까워진 환자분들을 보면, 마치 떠나기 전 마지막 빛을 품은 듯 컨디션이 반짝 좋아지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 보호자분들은 조심스레 희망을 꺼내놓는다.
“오늘은 좀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조금씩 좋아지는 것 같아요.”
“이러다 병이 낫는 건 아닐까요…?”
하지만 알다시피, 여기는 호스피스 병동이다.
입원은 있지만, 퇴원은 거의 없다.
우리 병원의 ‘좋아진다’는 결국, ‘떠날 준비가 되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며칠 뒤,
환자분의 컨디션은 급격하게 나빠졌다.
산소포화도 수치가 가파르게 떨어졌고, 나는 조심스럽게 보호자분께 말씀드렸다.
“곧 임종이 예상됩니다. 가족분들을 모두 불러주세요.”
보호자분은 허둥대며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어떡해요… 조금만 더… 버텨줘요…”
“다른 가족들 곧 도착할 거예요.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님…”
하지만 환자분은 짧고 깊은 숨을 마지막으로 내쉬셨다.
더 이상 들숨도 날숨도 없었다.
나는 말없이 보호자분의 어깨를 감싸 안고 병실 밖으로 조용히 나왔다.
곧이어 터지는 울음.
“아침까지 멀쩡해보이던 애가 왜 이렇게 갑자기 간 거니…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주지…”
착잡한 마음을 안고 다시 병동을 돌았다.
호스피스 간호사로 수많은 임종을 지켜봤지만,
여전히 어렵고,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날 아침, 또 다른 환자분이 내게 물었다.
“오늘 아침… 그 환자분, 임종하신 거예요?”
“네… 그렇게 됐어요.”
“일, 쉽지 않죠…?”
“…네, 여전히 너무 어려워요.”
“그래도, 수간호사님처럼 연차 좀 쌓이면 괜찮아질 거예요.”
“죄송해요, 제가… 표정 관리가 안 됐나 봐요.”
“괜찮아요. 우린 잠깐 보러 오는 사람들이잖아요. 선생님은 매일 그 자리에 있잖아.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 말에 또 위로받았다.
힘든 내색을 한 내 자신이 부끄러우면서도, 한없이 감사한 아침이었다.
퇴근길, 하늘을 향해 기도했다.
“그곳에서는, 숨이 차서 걷지 못했던 길도 가볍게 걸으시고, 평소 좋아하시던 옷과 신발도 편하게 신으시고,
가고 싶었던 곳, 이젠 마음껏 다녀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