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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게 ... 죽는게 무서워요..."

삶의 끝에서 환자가 처음 꺼낸 말

by 별빛간호사

한 환자분이 있었다.
입원 초반, 그분은 밝고 쾌활한 분이었다.
“아이고 선생님 출근하셨어요?”
환자복을 입고도 농담을 던질 줄 아셨고, 의젓하게 병원 생활을 받아들이셨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표정이 조금씩 굳어갔다.
말수도 줄고, 눈빛에서도 생기가 사라졌다.

“내 몸이 왜 이러죠?”
“갑자기 이렇게 안 좋아질 수 있어요?”
“그냥… 편하게 자다가 가면 좋겠어요.”

그리고 어느 날. 그분은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쓴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나는 조심스레 다가갔다.
“OO님, 추우세요?”
이불 끝을 살짝 들추자, 그분은 입술을 꽉 물고,
소리 없이 울고 계셨다.

“…무슨 일 있으세요?”
조심스레 묻자,
그분은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말을 꺼냈다.

“죽는 게… 죽는 게… 너무 무서워요.”

나는 순간 말을 잃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침대 옆에 앉아, 그분의 등을 조용히 쓸어내렸다.
무거운 고백을, 나도 함께 짊어진 마음으로...


우리는 모두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삶의 끝자락에서
누군가 “무서워요”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건 그만큼 치열하게 살아왔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저
마지막 여정이 덜 외롭도록,
덜 무섭도록,
손끝에 온기를 담아
그 곁을 지킬 뿐이다.

죽음은 피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을 함께 걸어주는 마음으로...

환자분의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뜨릴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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