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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앞에서 인간은 나약해지고
사랑앞에서 희망을 본다.

호스피스 병원 간호사의 기록

by 별빛간호사

내가 일하고 있는 병동에는 말기암 환자분들이 많다.
통증, 오심, 구토, 발열은 이곳의 '기본값'이다.

어느 날, 한 환자분의 드레싱을 하게 되었다.
시작하기 전,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했다.
그분은 피부 밖으로 암 덩어리가 드러난 상태였다.

나는 소독된 거즈로 상처 부위를 닦기 시작했다.
환자분의 온몸이 떨렸다.
날카로운 신음이 병실 공기를 찢었다.

나도 모르게 온몸이 긴장되었다.
손에 땀이 흥건히 고였고, 최대한 빠르게, 하지만 꼼꼼하게 드레싱을 마쳤다.

병실을 나가기 전, 환자분의 자세를 고쳐드리고 문득 얼굴을 보니,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나는 조용히 휴지를 건넸다.
그분은 휴지를 받아들며 말했다.

“이렇게 고통스러울 수가 없어.”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침묵 사이, 환자분은 더 깊은 이야기를 꺼내셨다.

“아버지, 어머니께 잘하고…건강할 때 여행 많이 다녀. 꼭.”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꼭 그럴게요.”

“그리고…빨리 죽게 하는 방법은 없어?”

나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분은 울먹이며 다시 말했다.

“제발… 너무 고통스러워.
진짜… 어떤 방법이라도 있으면… 조용히 알려줘…”

나는 그분의 어깨에 손을 얹고,
아무 말 없이 다독여 드린 뒤 병실 밖으로 나왔다.

그 순간, 세상이 조용히 무너지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
탄생과 죽음 사이에서 우리는 매 순간 선택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질 뿐이다.

그 여정에서
어떤 이는 돌아가고,
어떤 이는 날아간다.

죽음 앞에서는 그 어떤 욕망도 집착도 없다.
그저 텅 비어 있을 뿐이다.
고통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나약해지고,
사랑 앞에서 인간은 다시, 희망을 본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고
무엇을 느끼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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