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병원 간호사의 기록
내가 일하고 있는 병동은 ‘죽음’과 가장 가까운 곳이다.
이곳의 환자분들은 하루하루가 다르다.
오늘은 스스로 손을 들어 밥을 먹지만 내일은 컨디션이 급격히 떨어져 콧줄을 끼워야 할 수도 있다.
오늘은 스스로 호흡하지만 내일은 산소 튜브 없이는 숨조차 쉴 수 없게 된다.
오늘은 걸어서 산책을 다녀왔던 분이 내일은 휠체어를 타고 모레는 침상에서만 생활할 수도 있다.
우리에게는 너무 당연한 일상들이 이곳에서는 하루하루가 달라진다.
죽음의 손길은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게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환자와 보호자의 마음을 갉아먹는다.
환자만 아픈 것이 아니다.
함께하는 보호자들도 지쳐간다.
처음에는 열정과 희망으로 가득했던 보호자들도
차가운 간이침대에서 밤을 지새우고
새벽마다 울리는 신음과 호출벨에 놀라고
예민해진 신경에 말이 날카로워진다.
그들의 그런 모습조차 탓할 수 없다.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는가.
그저 조용히 다가가 어깨에 손을 얹는다.
그 손길 하나에 와락 안아오는 보호자도 있다.
말하지 못했던 감정을 간호사에게 털어놓는다.
처음에는 그게 부담스러웠다.
이제는 아니다.
그저 담담히, 따뜻하게 안아드린다.
이 병원 안에는, 밖에서는 잘 느낄 수 없는 온기가 있다.
죽음과 가까이 있기에
삶이 더 선명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살아가며 동시에 죽어간다.
죽음은 우리 곁에 있다.
무섭다고?
두렵다고?
슬프냐고?
아니.
죽음이 곁에 있다는 것은
우리가 지금 살아있다는 증거다.
우리는 태어났고,
숨을 쉬며,
힘차게 울었다.
우리는 언젠가 죽을 것이다.
숨을 뱉으며,
조용히 웃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