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병원 간호사의 기록
나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간호사로 근무중이다.
내가 돌보는 환자들의 연령대는 대부분 60~70대 이상.
하지만 때때로, 비교적 젊은 환자분들이 입원하곤 한다.
며칠 전 입원한 한 환자는 30대 남성이었다.
암이 온몸에 전이되어 더 이상 항암치료가 무의미해졌고,
그는 마지막 시간을 이곳, 호스피스 병동에서 보내기로 했다.
그는 말수는 적었지만, 항상 밝게 웃어주었다.
그 미소 하나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선한 사람인지 느낄 수 있었다.
입원 초기엔 식사도 가능했고, 짧은 대화도 나눌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은 잔인했다.
걷던 다리엔 힘이 빠지고, 화장실 대신 소변줄이 연결됐다.
입으로 삼키던 영양액은 이제 콧줄을 통해 들어가고,
자연스럽던 호흡은 산소줄 없이는 버겁게 되었다.
하루가 다르게 약해지는 아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어머니의 눈빛엔
슬픔과 무력감, 그리고 꾹 눌러 담은 눈물이 가득했다.
그날도 난 평소처럼 주사를 드리기 위해 병실 문을 열었다.
그 안엔 잠든 아들과, 그의 손을 꼭 잡고 있는 어머니의 뒷모습이 있었다.
어머니는 아이처럼 엉엉 울고 계셨다.
그 울음에는 소리보다 더 큰 사랑이, 절망이, 그리움이 있었다.
간호사가 들어왔다는 걸 아셨는지
어머니는 몸을 숙이고, 머리를 침대에 파묻고 소리 죽여 우셨다.
나는 환자에게 조심스레 주사를 놓으며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하얗게 핀 볼, 앙상한 쇄골, 마른 몸.
환자복은 그의 몸 위에서 마치 헐렁한 이불처럼 느껴졌다.
잠든 그의 얼굴은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걱정도 고통도 없는 어딘가에서
웃으며 걸어다니는 것만 같았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어머니는 열 달 품어낸 생명을, 이제 보내는구나.”
그 무게는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주사 후, 나는 문 쪽으로 향하다가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어머니의 어깨에 조용히 손을 얹었다.
말은 하지 않았다.
말이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으니까.
나는 그냥, 그녀의 어깨가 더는 떨리지 않을 때까지 함께 있었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