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병동의 잠 못 이루는 밤.
나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이다.
오늘은 자연스럽게 조용히 지나가는 것들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나이트 근무 중이었다.
졸음을 참아가며 컴퓨터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는데, 어딘가에서 ‘뚝딱’이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그냥 환자분이 잠결에 치는 침대 난간이나 어딘가의 소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소리가 반복적으로 거슬리게 들렸다.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을 돌아보았다.
첫 번째 방 이상 없음.
두 번째 방, 이불 안 덮고 수면 중. 다시 덮어줌.
세 번째 방, 코를 유독 크게 골며 주무심. 이상 없음.
…
마지막 방, 아주머니 환자분이 책상에서 무언가를 하고 계심.
놀라실까 봐 조용히 다가갔는데, 날 보자마자 "아이구야!"라며 소리치셨다.
덕분에 나도 덩달아 어깨를 들썩였다.
"죄송해요. 놀라실까 봐 조용히 다가왔는데."
"아이고, 깜짝 놀랬다."라며 머쓱하게 웃으셨다.
"뭐하시나 봤더니,"
기저귀를 자르고 계셨다. 그것도 아주 작은 가위로. (아마 드레싱 할 때 사용할 것.)
가위를 집어 기저귀를 직접 자르시는데,
녹슨 가위의 끼익 거리는 마찰음과 기저귀가 잘리면서 나는 사각거리는 소리가 여기에 있었다.
순간, 가위가 너무 작아서 웃기고, 그걸 새벽에 준비하고 계신 환자분이 귀여워 보여 웃음이 났다.
"이걸 왜 지금 하고 계세요?"
"잠도 안 오고... 누워있기만 한 것도 지겹고..."
작게 쭈뼛하며 말하셨다.
('왜 기가 죽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밤에 간호사를 깨운 것 같아서 그런가 보다…귀여우셩…우린 안 자는데…ㅠㅡㅠ')
"와... 나는 너무 졸린데."
"여기 침대에 누워서 좀 자."
"어떻게 자요. 일해야 하는데, 어머니께서 저 대신 일 좀 해주세요."
"내가 해줄게. 좀 누워. 일도 쉬어가며 해야지."
"말이라도 감사해요... 그리고 이건 계속 하실 거죠?"
"응."
(그녀의 완고한 대답에 타일러서 자기를 바라는 건 일찌감치 포기했다.)
"근데 이 가위 진짜 작은데, 더 큰 가위 빌려드릴까요?"
"아니. 이게 작아도 제 할 일을 해. 작아도 제 할 일을 다 한다."
제 자리로 돌아와 일을 하는 중에도 마지막 문장이 계속 맴돌았다.
크고 날렵한 가위는 고르고 빠르게 많이 자를 수 있다.
작고 날이 무뎌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는 작은 가위는 사용하기엔 불편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녀는 작은 가위로 자신만의 리듬을 찾고 있었다.
밤의 고요함 속에서, 작은 가위로 기어이 할 일을 다 해내며,
노동이 아닌 율동으로,
지독하게 고독하고 외로운 밤을 동심으로 돌아가 소꿉놀이처럼 바꾸어 가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고요하고 작은 순간들은 때로 가장 큰 울림을 주기도 한다.
‘뚝딱’이 소리는 어쩌면….
그녀의 고요한 외로움을 채워주는 작은 기적이었을지도 모른다.
작은 손끝에서 나오는 소리로, 나를, 그리고 아마도 나 자신을 위로했을 것이다.
세상은 계속 돌아가고, 우리는 각자 조용히 그 속에서 제자리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작은 것들이 때로는 커다란 힘을 지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새어나오는 빛은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다.
마음에 따스한 기운을 간직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