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좀 나눠주며 살 걸...."
어느 깊은 밤, 불면으로 인해 수면제 주사를 맞는 한 환자분과 나눈 대화를 기억하며 적어본다.
그날 그분의 말은, 내 마음 한 켠을 아주 조용히 건드렸다.
“통증은 좀 어떠세요?”
“많이 좋아졌어요. 항상 감사합니다.”
“에이, 저희 일인데요. 당연하죠.”
“네... 그냥 모든 분들께 감사해요. 그리고... 호스피스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환자분은 눈을 감은 채로, 조용히 말을 이었다.
“어떤 점이요?”
“전에 대학병원에 있을 때는 다들 너무 바쁘고 힘들어 보여서 말을 걸기가 조심스러웠어요.
근데 여기서는… 음, 조금이라도 더 해주고 싶어하시는 게 느껴져요. 그 마음이 참 감사해요.”
“그러시군요”
잠시 침묵이 흘렀고, 환자분은 다시 말을 이으셨다.
(침묵은 때로 그 어느 말보다 강하다.)
“전 그동안… 저밖에 모르고 살았어요. 이렇게 아프고 병원에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이 참 많이 들어요.”
“어떤 생각들이요?”
“나도 좀… 나눠주며 살 걸 그랬어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따뜻하게 손 한번 잡아주는 삶.
그렇게 살 걸…”
그 말씀을 끝으로, 환자분은 조용히 깊은 숨을 내쉬고는 수면제 주사 덕분에 편안히 잠드셨다.
그분의 표정은 마치...평화가 스며든 얼굴 같았다.
나는 그 밤, 생각했다.
‘삶의 마무리를 천천히, 깊게, 따뜻하게 준비할 수 있는 곳. 그게 바로… 호스피스가 아닐까.’
잠든 환자분을 지켜보며 생각했다.
그리고 그분의 말과 표정이 내 마음 깊은 곳에 오래도록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