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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죽어가는 마당에, 그게 무슨
소용 인데요?”

호스피스 말기암 환자의 마지막 물음

by 별빛간호사

최근 한 환자분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다 죽어가는 마당에, 그게 무슨 소용인데요?”

확김에, 감정에 휩쓸려 내뱉은 말이라는 걸 나도 알고 있었다.
암 진단을 받고, 수차례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머리카락이 빠지고, 살이 빠지고, 사람들과 거리도 멀어지고…
지칠 대로 지친 몸과 마음으로 마지막 희망을 붙잡고 찾아간 병원에서 “가망이 없다”는 말을 듣고

결국 호스피스 병동에 오셨다.

그동안 몇 번이고, 수천 번이고—아니, 어쩌면 만 번도 넘게
‘죽음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을 스스로 되뇌셨을 것이다.
그럼에도 순간순간, 살고 싶다는 욕망이 치밀어 오르곤 한다.

그런 순간,
내 앞에 서 있는, 새초롬하게 어린 간호사가
“가족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셔야 해요” 라고 말한다.
자신이 얼마나 힘들고 괴로운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죽어가는 사람의 마음을 모르는 사람에게 그 말을 듣는 건 때때로 버거울 것이다.


환자분의 말에 기분이 나쁘지도, 속상하지도 않았다.
그저… 앞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맞는 말이다.
지금 와서 이 모든 게 무슨 소용일까.

하지만
남겨진 사람들이 있다.
남겨진 가족, 친구, 이웃이 있다.
떠나간 이를 마음속에 품고 살아갈 사람들.

죽어감은 정말 끝일까.?
죽음은 정말 끝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 가족이, 내 친구가 세상을 떠났어도
그 사람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 살아 있다.

그러니 포기할 수 없다.

"사랑해요."
"감사해요."
"미안했어요."
"다시 만나요."


더욱 말을 해야한다.

더욱 더 말을 뱉어야한다.

떨어지지 않는 입술을 벌려 지껄여야 한다.

그게 욕이든 감사이든 인사든 사과이든 말을 해야한다.

후련하게 뱉어내고

긴 여정의 앞에 선 이의 발걸음은 전보다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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