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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머니가 왜 이렇게 울까요?”

이별을 준비하는 사람은 조용히 사랑을 말합니다.

by 별빛간호사

"우리 어머니가 왜 이렇게 울까요?"

"선생님, 우리 어머니가… 왜 이렇게 우실까요? 혹시… 이유를 아시나요?"

그 질문에 나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마음속에서 무언가 울컥 올라오면서도, 말로는 조심스러워졌다.
그러다, 아주 천천히 대답했다.

"음… 제가 병원에 있으면서 느낀 건데요, 대부분의 환자분들은… 죽음을 직감하세요.
어머니도 어쩌면… 본인의 건강을, 이미 느끼고 계신 게 아닐까요?"

잠시의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보호자가 힘없이 말했다.

"어머나… 아까 저한테, ‘이제 우리 며느리랑 못 놀아준다’고… 말씀하셨어요."

그 말은, 이별을 준비하는 사람의 마음이었다.
몸보다 먼저 마음이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남겨질 사람들을 떠올리며 아직 해주지 못한 사랑을 가슴에 품고
조용히 작별 인사를 준비하는 어머니.

그 마음은 너무도 깊고 조용해서
곁에 있는 사람들은 알아차리기 어려울 때가 많다.
하지만 그 눈물 속엔 말로 다 하지 못한 사랑이,아쉬움이, 그리고 염려가 담겨 있다.

“이제 우리 며느리랑 못 놀아준다…”는 말 속에는 어쩌면 "미안해, 더 많이 사랑해주지 못해서."
"고마웠어, 내가 참 많이 아꼈단다.", "나 없이도 잘 지내야 해." 라는 수많은 문장이 숨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 순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병실에서 흘리는 눈물은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는 것을.
그건, 말로 다 하지 못한 사랑이 녹아내리는 방식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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