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삶은 안녕한가?
나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간호사로 일한다. 매일 삶과 죽음이 맞닿아 있는 순간을 마주하며, 환자분들의 마지막 이야기들을 듣는다. 그리고 그 속에서 참 많은 걸 배우고 있다.
어느 날 문득 생각했다.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나만 알고 있기엔 너무 아깝지 않을까? 이 이야기들을 나누면 누군가의 마음에도 작은 울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렇게 글을 남긴다. 환자분들이 남긴 마지막 말, 그들의 눈빛 속에 담긴 감정, 그리고 그 순간들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을.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나처럼 삶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떠올릴 수 있기를 바라면서.
오랫동안 임종기가 길어진 환자분이 계셨다.
임종기가 길어지면 몸의 기능은 점점 둔화된다. 피부와 장기는 정상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자발호흡은 점점 어려워진다. 침대에 닿는 부위는 피가 잘 통하지 않아 살이 썩어가고, 욕창이 우리 호스피스 팀은 고민 끝에, 환자분이 믿어온 종교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보호자분과 친분이 있는 종교인이 병실로 오셨다. 그는 조용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OO님, 이제 우리 집으로 돌아갑시다. 편안하고 따뜻한 곳으로 갑시다. 지금 달고 있는 호스와 주사, 모두 내려놓고 가볍게 떠나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그는 환자분의 가슴을 시계 방향으로 천천히 쓸어주었다. 가쁘게 쉬던 숨이 조금씩 잦아들었다. 그리고 그는 환자분의 손녀를 불렀다.
"할아버지께 인사드릴래요?"
손녀가 조용히 다가와 말했다. "할아버지, OO이 왔어요."
어르신들은 손주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신기하게도 안정되는 경우가 많다. 정말로, 환자분의 숨이 점점 더 조용해졌다. 종교인은 다시 말했다.
"우리 처음으로 돌아가는 거예요. 따뜻하고 안전한 그 품으로 돌아갑시다."
환자분의 맥박과 호흡이 점차 잦아들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가쁘게 몰아쉬던 숨이 무호흡의 간격을 늘려갔다. 그리고 나는 근무가 끝나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나중에 연락을 받았다. 그날 밤, 환자분은 조용히 눈을 감으셨다고 했다.
무엇이 그분을 그렇게 오랫동안 이 세상에 붙잡아 두었을까? 남겨진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과 걱정, 그리고 아직 끝내지 못한 삶의 미련이었을까?
그분은 어린 시절 가난 속에서 자랐다. 배고픔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자식들에게는 같은 고통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평생 농사를 지으며 가족을 위해 살았다. 겨우 숨을 돌릴 때쯤, 사랑하는 아내를 먼저 떠나보냈다.
한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그렇게 살아오셨다. 그리고 마침내 눈을 감으셨다.
당신의 삶은 어떠한가? 당신은 죽을 때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을까? 그렇게 하기 위해, 당신의 오늘은 어떻게 보내고 있는가?
당신의 삶은 안녕한가?